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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방정수 선생님의 악단 내에서의 위상은 성주현 선생님 못지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방우진에게 친절한 것도 당연했다. 휴식 시간, 방우진이 다가와 심가은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넸다. 심가은은 약간 놀랐지만 그래도 물을 받으며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방우진이 말했다. “피아노 연주 정말 놀라워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심가은은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방우진은 심가은이 자신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자 오히려 더 흥미를 느꼈다. 악단 내에서 항상 다른 사람에게 떠받들리던 방우진이었기에 자신에게 냉담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심가은은 얼굴 또한 매우 아름다워 그가 좋아하는 타입이기도 했다. 외국에서 자라 성격이 직설적인 방우진은 바로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오늘 저녁 같이 식사할래요?” 이런 초대를 받을 줄 몰랐던 심가은은 이내 방우진의 눈빛에서 그의 생각을 읽었다.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과 직설적인 태도, 거절하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심가은은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안 될 것 같아요.” 의미심장하게 ‘네’ 하고 대답한 방우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쉽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죠.” 뒤에서 여자 동료가 방우진을 부르자 그는 뒤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가은에게 말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심가은은 방우진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이틀 동안 방우진은 휴식 시간이면 일부러든 아니든 심가은에게 말을 걸며 간식이나 물을 가져다주곤 했다. 금요일 퇴근 전, 방정수가 갑자기 전체 회식을 한다고 알렸다. 원래 모임 같은 사교 활동에는 큰 흥미가 없던 심가은이었지만 방정수가 직접 말한 자리라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그들은 큰 룸을 하나 예약한 뒤 이내 그 식당으로 향했다. 심가은 옆에 아주 가까이 붙어 앉은 방우진은 가끔 팔꿈치로 그녀를 살짝 건드리기도 했다. 심가은은 불편한 느낌에 옆에 있는 지형근과 자리를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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