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하지만 상대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백이현이 연분홍색 담요를 든 채 문 앞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한테서 들었는데 네가 예전에 이 담요를 제일 좋아했다며? 그래서 똑같은 거로 하나 사 왔어.”
심가은은 싸늘하게 거절했다.
“필요 없어.”
그러고는 문을 닫으려는데 백이현이 손을 뻗어 문을 막았다.
심가은의 손 부상이 아직 낫지 않은 데다 여자의 힘으로는 남자를 이길 수 없어 결국 그를 막지 못했다.
백이현은 담요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고서야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이 컬러가 네 피부랑 잘 어울려.”
그는 분노가 깃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잘 자, 여보.”
순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이 생긴 심가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여보는 개뿔.’
하지만 백이현이 이미 떠난 뒤라 주먹을 날리지 못했다.
그녀는 문을 닫고 담요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
눈을 떴을 땐 이미 오전 9시였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설하영이 사무실 임대에 관련해 몇 통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머리를 긁적이고 설하영에게 답장을 보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심가은이 거실로 나온 그때 신정민은 창가에 서서 화분을 다듬고 있었다.
딸을 본 신정민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현이랑 아침 먹었어야지. 너도 참.”
심가은은 어머니를 무시하고 부엌으로 가 찜통에 데워진 찐빵을 꺼내 먹었다.
백이현이 없는 게 오히려 더 좋았다. 그를 마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신정민이 두유 한 잔을 따라주더니 그녀가 옷을 갈아입은 걸 보고 물었다.
“오늘 나가려고?”
심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랑 창업 관련해서 상의할 게 있어서요.”
신정민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창업해서 뭐 해? 집안일에 신경 쓰고 편한 일자리나 구하면 되지.”
심가은은 두유를 마시면서 어머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책임감 있고 돈도 잘 벌었던 아버지 덕에 어머니는 단 하루도 일하러 나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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