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맹세
고은찬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소유나는 너무 놀라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달려가 고은찬을 부축했다.
“은찬 오빠, 괜찮아요?”
고은찬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입가의 피를 닦아낸 후 고태겸을 올려다보며 분노와 의문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삼촌, 왜 저를 때리셨어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네가 뭘 잘못했는지 내가 일일이 말해줘야 해?”
고태겸은 음산한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협박과 모욕 그게 네가 감정을 대하는 방식이야?”
고은찬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의자에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심재이를 힐끔 바라보며 눈가에 후회의 빛이 스쳤다. 하지만 마음속의 자존심이 그가 고개 숙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삼촌 이건 제 사적인 일이에요. 참견하지 마세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재이의 일에 관여할 권리가 있어.”
고태겸의 얇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싸늘한 목소리에 고은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고태겸과 심재이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머릿속을 스치는 충격적인 생각에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삼촌은 평소에 남의 일에는 관심도 없으셨잖아요? 재이랑은 몇 번 만나지도 않으셨는데, 왜 이렇게 신경을 쓰시는 거예요? 설마 재이를 좋아하시는 거예요? 재이는 제 여자 친구라고요.”
고은찬이 목소리를 높여 다그쳤다. 숨길 수 없는 분노가 그의 음성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고은찬, 그만해!”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심재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맴돌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감정에 불성실하다고 생각해? 나는 너랑 만날 때에는 단 한 번도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어. 헤어지자고 한 것은 네가 나를 전혀 존중해주지 않았고, 다른 여자랑 적절한 선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 모든 책임은 너에게 있어. 나의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죄 없는 사람에게 누명을 덮어씌우지 마.”
“아니야, 난 믿을 수 없어.”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