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영원한 작별
“오늘 내가 여기 온 건 우리 관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야.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부른 건 너잖아. 그들을 이 일에 휘말리게 한 것도 네 책임이야.”
심재이의 목소리는 고요했지만 영원히 녹지 않을 서리가 배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한파를 가르는 찬바람처럼 온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영원히 얼어붙은 냉기만 감돌았다.
그녀는 일어서서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이제 이 사람들과 이 모든 일이 그녀에게는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었다.
백현우가 부하들을 이끌고 들어오더니 고은찬을 강제로 끌어냈다. 그러자 우락부락한 경호원들이 저항하는 소유나를 바닥에 짓눌렀다.
“은찬, 은찬 오빠 살려줘요!”
소유나의 공포에 찬 비명이 공간을 찢었지만 고은찬은 완전히 제압당해 움직일 수 없었다.
“삼촌, 이러면 안 돼요. 제가 친조카잖아요!”
그는 고태겸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나 고태겸은 마치 듣지 못한 듯 VIP룸을 떠났다.
호텔 밖까지 쫓아 나온 고태겸은 호텔 계단에 앉아 있는 심재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달빛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옅은 실루엣은 한층 더 초라하고 여려 보였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그는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조심하는 것 같았다.
심재이는 그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 괜찮아요.”
그 미소를 본 고태겸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
“아프다면 억지로 버티지 마.”
심재이는 고개를 저으며 흐뭇하게 웃었다.
“정말 괜찮아요. 오늘부터 은찬이를 완전히 좋아하지 않게 됐으니까요.”
그 말에 눈빛이 어두워진 고태겸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 며칠 동안 저는 은찬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어요. 예전에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자주 떠올랐어요. 하지만 오늘 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어요.”
“은찬이가 한때 저를 진심으로 좋아했었다는 걸 의심한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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