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고은찬을 피하다
백현우는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고태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고 얇은 입술이 꾹 다물렸다. 그 순간, 며칠 전 병원에서 강주영을 만났을 때 나눈 대화가 번쩍 떠올랐다.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이 있는데 지금 그 사람한테 고백하고 싶다는 말.
‘혹시 그 말을 재이가 들은 걸까? 그래서 내가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착각한 건 아닐까?’
방금 전, 그토록 분개하며 쏘아붙인 것도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큰일 났네. 이 오해를 어떻게 풀지?’
...
한편, 심재이를 찾지 못한 고은찬은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 결국 그는 피아노 연습실 문 앞에 서서 심재이를 기다렸다.
마침 식당에서 돌아오던 강희연과 주설이 고은찬을 발견했다.
“고은찬, 너 여기서 뭐 해?”
강희연이 다가와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 기다려.”
고은찬은 짧게 대꾸하며 눈길만 스쳤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장미 다발이 눈에 들어오자 강희연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혹시 심재이 기다리는 거야? 너희 끝난 거 아니었어?”
“누가 그래?”
고은찬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싸늘해졌다.
“심재이가 직접 말했어.”
강희연은 눈을 맞추며 똑바로 말했다.
“그건 잠깐 오해가 있었던 거지, 끝난 게 아니야.”
고은찬의 단호한 말에 강희연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고은찬, 네가 심재이랑 뭘 하든 상관 안 해. 근데 제발 우리 엄마랑 학교는 끌어들이지 마. 그런 걸로 얽히게 하지 말고 그냥 데리고 나가. 내 눈앞에서 좀 사라져.”
날카롭게 쏘아붙인 강희연은 몸을 돌려 가버렸다.
그 자리에 남은 주설이 앞으로 나서며 눈에 노골적인 비웃음을 담았다.
“심재이, 학교 오자마자 임유찬 선배 붙잡고 들이대던데? 은찬아, 네 여자 생각보다 얌전하진 않네.”
“그 입으로 헛소리 한마디라도 더 해봐.”
고은찬이 번개처럼 주설의 손목을 움켜쥐었고 눈 속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주설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며 급히 말했다.
“거짓말 아니라니까. 심재이, 돌아오자마자 임 선배한테 피아노 가르쳐 달라고 했어.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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