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꽃 선물
고태겸이 물었다.
“네.”
백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중에 있던 자료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고태겸은 몇 번 훑어보더니 금방 책상 위에 도로 던졌다. 심재이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온화했던 눈빛이 금세 차가워졌다.
“고은찬 씨한테도 이 자료를 보내줄까요?”
백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묻자마자 곧바로 고태겸의 차가운 눈빛을 받게 되었고 그는 움찔하며 얼른 시선을 내렸다.
“자기가 멍청해서 곁에 둔 건데 대가는 치르게 해야지.”
싸늘한 목소리가 고태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지금도 심재이가 눈물을 잔뜩 머금은 채 억지로 버티고 있는 모습만 떠올리면 이가 갈리고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차 대기 시켜놔. 갈 데가 있어.”
고태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백현우는 별다른 질문 없이 얼른 그의 뒤를 따라가며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집 근처의 놀이터에 온 심재이는 햇빛이 예쁘게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고은찬이 건네줄 반지와 프러포즈에 가슴이 두근대며 종일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3일도 안 돼 모든 것이 다 변해버렸다.
그녀에게 있어 고은찬은 단지 연인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청춘 그 자체였다.
고은찬이 건넨 따스함에 그녀는 속절없이 끌렸고 자신의 세상에 기꺼이 고은찬은 들여놓았다.
예전의 그는 마치 하나의 빛처럼 회색빛밖에 없는 그녀의 세상을 밝고 환하게 비춰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빛은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비춰주고 있었다.
눈물이 멋대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여전히 그녀는 고은찬만 생각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주 조금만 좋아할 걸 그랬다며 심재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금만 좋아했으면 이렇게도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지는 않았을 테니까.
한편 놀이터 입구 근처에는 어느샌가 검은색의 링컨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차 안의 남자는 심재이를 빤히 바라보며 천천히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녀가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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