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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사과를 하게 하다

안색이 변한 임미연이 놀란 눈빛으로 고태훈을 바라보았다. “왜 안 되는데요? 아버님은 은찬이를 유일한 친손자로 아시는데 은찬이가 경찰서에 갇혀 있는 걸 절대 보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입술을 깨물며 몇 초 동안 침묵하던 고태훈이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며칠 전에 은찬에게 재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경고하셨어. 은찬이가 말을 듣지 않고 재이를 계속 괴롭힌 데다 심지어 재이를 때려 다치게까지 했어. 아버지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더욱 화를 내실 거야.” 임미연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재이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고광진의 모습을 떠올리니 은찬이가 재이를 때려 다치게 해서 경찰에 잡혀갔다고 말하면 고광진은 은찬이를 도와주시기는커녕 오히려 더 엄하게 벌을 내릴 것이다. 임미연의 마음은 마치 뜨거운 난로 위의 개미처럼 초조했다. “이렇게도 안 되고 저렇게도 안 되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입술을 꽉 다물고 있던 고태훈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태겸이가 방금 말하지 않았어? 재이가 은찬을 용서해 주어야만 은찬을 풀어주겠다고.” 임미연의 안색이 또 한 번 변했다. “무슨 소리예요? 설마 나더러 심재이에게 빌라는 거예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임미연의 표정에 고태훈은 몇 초 동안 침묵한 후 말을 이었다. “은찬이가 재이를 다치게 한 건 사실이니 우리가 사과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미쳤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어른인 우리가 어떻게 새파랗게 어린 애한테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할 수 있어요?” 임미연은 즉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머리를 숙이고 심재이에게 사과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은찬이 걱정하지 마. 태겸이가 언제까지나 챙겨줄 수도 없으니, 며칠 동안 구류되면 충동적인 성질도 좀 고칠 수 있을 거야.” “고태훈 씨, 은찬이는 당신 아들이에요!” 임미연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표정이 어두워진 고태훈은 목소리에도 왠지 모를 불편함이 묻어났다. “그럼 어떡해? 태겸이가 방금 분명히 말했잖아. 재이가 용서하지 않으면 은찬이는 당분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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