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반감
입술을 꾹 다물던 심재이가 입을 열었다.
“오빠가 사과할 일 아냐. 이건 나와 은찬 사이의 일이야. 오빠와는 아무 상관 없어.”
“재이 네가 화 난 거 알아. 은찬이는 이미 내가 따끔하게 혼냈어. 은찬이도 사실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너도 걔 성격 잘 알잖아.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남다르던 놈인데, 그런 애한테 사과는 쉽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평온하지만 차가운 말투로 반문하는 심재이의 모습에 잠깐 멍해졌던 조수찬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재이야, 우리는 은찬이 성격 알잖아. 걔가 널 먼저 찾아간 건 이미 사과를 한 것과 마찬가지야. 남자친구로서 이성과의 선을 지키지 못한 건 은찬이 잘못이 맞아. 하지만 은찬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너였어.”
“어쩌면 은찬이는 아직 걔한테 네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깨닫지 못한 걸 수도 있어. 매일 술로 하루를 보내면서도 끝까지 너 때문이라는 얘기는 안 했지만 매번 술에 취한 은찬이를 데려다줄 때면 네 이름만 불러댔어.”
시선을 내린 심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수찬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와 은찬이를 곁에서 쭉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너희들이 그동안 힘들게 여기까지 온 거 내가 잘 알아. 네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도 은찬이가 계속 널 지켜주고 챙겨줬잖아. 너한테 무슨 일만 생기면 앞뒤 안 따지고 바로 달려들던 놈이야.”
“걔가 널 이렇게 신경 쓰는데, 너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조수찬의 말에 지나간 일을 떠올린 심재이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학창 시절, 발육이 빨랐던 탓에 심재이는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키가 반절이나 더 컸었다.게다가 출중한 미모까지 갖춘 덕에 그녀는 왕따의 대상이 되었었다. 만약 고은찬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몰랐다.
기억 속에 남은 밝고 멋지던 소년을 떠올린 심재이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저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재이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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