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끊어내다
두 사람이 마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심재이의 휴대폰 진동이 울리자 고개를 숙여 문자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져갔다.
“재이야, 왜 그래?”
백미러로 표정이 어두워진 심재이를 발견한 조아린이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
입술을 꾹 다문 심재이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고은찬이 오늘 저녁에 스타빈 호텔에서 만나재. 이젠 우리 관계를 완전히 끝내자고.”
“이미 헤어졌는데 또 뭘 끝내. 넌 고은찬에게 네 청춘 전부를 바쳤어. 잘못을 하고도 사과는 못할망정, 끝내긴 뭘 끝낸다는 거야. 웃기지도 않아, 정말.”
비꼬며 분통을 터뜨리는 조아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했다.
심재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완벽히 끊어낼 때가 되긴 했어. 아무래도 우리 사이엔 우리 둘 말고도 양쪽 집안의 문제도 있으니까. 고은찬이 날 많이 도와줬었던 것도 사실이고. 게다가 할아버님과...”
잠시 머뭇거리던 심재이가 말을 이었다.
“삼촌도 날 많이 도와주셨어. 양쪽 집안 어르신들 마음 상하지 않게 우리가 좋게 헤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 그래야 엄마도 그 집에서 힘들지 않으실 거야.”
심재이의 말에 조아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심재이는 늘 너무 많은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그녀의 발목을 잡는 짐이 되었다.
그럼에도 심재이는 그것들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 혹시 무슨 생기면 바로 들어갈 수 있게.”
조아린이 의리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그런 조아린의 모습에 심재이가 살포시, 미소 지었다.
“괜찮아.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안 그래도 돼. 고은찬이 욱하긴 해도 나한텐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게다가 이건 우리 두 사람의 문제야. 그러니까 우리가 해결해야 해.”
조아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은찬은 심재이와 헤어지지 않을 거라며 그녀를 협박했었다. 그랬던 인간이 갑자기 관계를 정리하자며 연락이 온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괜한 걱정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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