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책임자는 눈치껏 동의서 하나를 또 꺼내 권태산에게 건넸다.
“여기에 기본 정보를 적고 사인하면 묘지를 옮겨갈 수 있습니다.”
권태산은 보지도 않고 동의서를 돌려주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권태산이 그렇게 쉽게 놔줄 리가 없었다. 이건 몇 안 되는 권해솔의 약점이니까 말이다.
권태산은 소미란을 향해 눈치를 주었다.
“해솔아, 네 엄마의 묘지를 왜 굳이 옮기려고 하는 거야. 여기도 나름 좋은 땅이야. 그러니 네 엄마를 귀찮게 하지 말고 여기 편하게 모셔.”
사람들이 소미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젠 책임자도 권해솔을 도와줄 수 없었다.
“아빠가 오늘 동의하지 않아도 나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여기 올 거예요.”
권해솔의 말에 권태산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넌 정말 네 엄마와 똑같이 멍청해. 아무리 내가 재혼한다고 해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묘지를 옮겨갈 수 없을 거야.”
권태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음흉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네가 옮겨간다고 해도 난 여전히 네 엄마의 남편이야.”
그 말을 들은 권해솔을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당장 권태산의 얼굴에 주먹을 꽂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니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엄마 유골을 확 산속에 뿌려버릴지도 모르니까. 영영 찾을 수 없게 말이야.”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권태산의 말은 틀린 점 하나 없었다.
권해솔은 애써 감정을 추스른 후 물었다.
“그래서요? 이제 엄마가 죽었으니 유골로 협박하는 거예요?”
권해솔과 권설아의 생일은 2개월쯤 차이 난다.
그 뜻인즉슨 최한솔이 살아있을 때부터 권태산은 소미란과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다.
불륜녀였던 소미란은 지금 안주인의 자리를 꿰차고 권해솔에게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권해솔은 이미 그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았다. 피만 섞인, 법적으로만 가족인 이 사람들은 언젠가는 권해솔의 고혈을 다 빨아먹고 그대로 버릴 것이니까.
“난 그럴 생각이 없어. 너만 가만히 있어 준다면 말이야.”
권해솔은 권태산을 아버지로 본 적이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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