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가볍게 내뱉는 육현재의 말에서 아무런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임지현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USB를 메인 컴퓨터에 꽂아야 했다.
“왜, 누가 보면 내가 가정 폭력 남과 결혼했다고 할까 봐?”
그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의도적으로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난 가정폭력 한 적 없어.”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눈빛에는 은근한 장난기가 감돌았다.
육현재의 뻔뻔함에 임지현은 분노로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건 뭐야?”
그녀는 쇄골 위의 상처를 가리켰다.
“개한테 물린 건가?”
“개?”
육현재가 갑자기 입을 비틀며 비열한 악의를 담은 미소를 머금었다.
“마음에 안 들어?”
“육현재, 역겹지도 않아?”
임지현이 불쑥 목소리를 높였다. 속이 울렁거렸다.
“장난 그만하고 짐 챙겨. 사흘 치 옷으로.”
“뭐 하려고?”
임지현은 흠칫하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오늘 사업 논의하러 서울 가야 해.”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왜 미리 말 안 했어?”
“네가 이미 알고 있을 줄 알았어.”
육현재가 관찰하듯 빤히 바라보았다.
“넌 내 비서잖아. 내 일정은 다 네가 잡는 거 아니야?”
임지현은 머릿속으로 급히 일정표를 되짚어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오늘은 그가 서울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날이었다.
젠장, 그걸 깜박하고 있었다. 육현재는 어디 갈 때면 항상 그녀를 데리고 다녔다.
“왜, 마음이 바뀌었어?”
육현재는 반짝이는 눈동자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색을 포착하려는 듯 올곧게 그녀를 응시했다.
“이윤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게 걱정돼서.”
임지현은 시선을 내린 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라니.”
육현재는 평온한 어투로 답했다.
“아주머니한테 곁에 있어 주라고 하면 되지. 아주머니는 믿을 수 있잖아.”
“난 안 가면 안돼?”
임지현은 조금의 기대를 품은 채 떠보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 돼.”
그의 대답에는 조금도 물러설 여지가 없었다.
임지현은 속으로 비웃었다. 물어봤자 소용없을 거란 걸 알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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