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우주한은 조용히 한유설을 바라봤다. 방금 그녀가 내뱉은 말이 그에게 애써 요염한 시선을 던지던 여자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의 눈빛이 깊이를 더했다.
‘이 여자... 진짜 흥미로워졌군.’
수영장에는 물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한유설은 비치 체어에 앉아 하품을 했다. 어제는 너무 지쳤고, 오늘은 너무 일찍 일어났으니까.
‘하루 푹 쉬는 날에는 점심까지 자고 싶다...’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소리가 요란하던 수영장이 고요했다.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우주한이 풀 사이드에 몸을 기댄 채 길게 찢어진 눈으로 그녀의 발을 묵직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어 조심스레 불렀다.
“우주한 씨?”
우주한은 천천히 눈꺼풀을 내려 짙은 욕망을 가렸다.
“시원한 음료 한 잔 줘요.”
한유설은 곧바로 일어나 차갑게 만든 음료를 따라 그의 손에 건넸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가 잔을 기울이는 내내 시선이 그녀의 연분홍빛 발끝에 꽂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날 수영장에서는 만난 직후 우주한이 몇 마디 묻고 난 뒤로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다만 가끔 그가 보내는 시선에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이 묻어 있었지만, 한유설은 그냥 착각이라 넘겼다.
아침에 그녀가 했던 말이 꽤 먹혔는지, 이후 우주한은 더 이상 장난으로 그녀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점심시간. 옆 테이블에는 윤세희와 유다정, 그리고 새 도우미 한 명이 앉아 있었다.
한유설이 조용히 식사를 하는 사이 세 사람은 뭔가 큰일이라도 생긴 듯 열띠게 수군댔다. 늘 남 얘기에 관심이 없던 그녀는 이런 소식을 제일 늦게 듣고는 했다.
그때 누군가 옆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돌리니 송우영이었다.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송우영이 쟁반을 내려놓자마자 속삭였다.
“유설 씨, 모레 그분들이 해외로 휴가 가신대요. 전용기로 간다는데, 집사님 말씀으로는 도우미 두 명을 데려가신대요.”
한유설은 옆 테이블의 유다정과 윤세희를 힐끗 봤다. 평소 유다정을 못마땅해하던 윤세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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