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백도운은 한유설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꽃향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유설은 일에만 몰두했고, 우주한이 맞은편에서 시그널을 보내도 그녀는 못 본 척했다.
우주한을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면 분명 소란을 피울 것이 뻔했다.
심해원은 고개만 들어도 맞은편에 한유설이 보이는 것이 익숙했는데 오늘은 백도운의 커다란 몸집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사선에 있는 한유설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온시열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밖에서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의 옷은 공기 중에 퍼진 수증기 때문에 촉촉해진 상태였다.
“유설 씨, 온시열 씨 마중 나가주실래요?”
조정욱은 급히 한유설에게 우산을 들고 온시열 맞이하러 가라고 했다. 한유설은 현관에 있던 우산을 집어 들고 빗속으로 달려가 온시열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미 차 앞에서 대기했다.
온시열은 키가 엄청나게 컸고, 한유설은 비록 168cm의 키였지만 그의 옆에 서면 아담하기만 했다.
그녀는 최대한 온시열이 비에 젖지 않게 우산을 높이 들었다.
자신은 신경 쓸 새도 없었고, 비스듬히 내리던 가랑비가 그녀의 등을 흠뻑 적셨다.
온시열은 그녀의 집중한 옆모습을 보니 등이 젖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우산을 건네받아 우산을 그녀 쪽으로 기울였다.
온시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요.”
한유설은 다소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발걸음을 멈췄다. 비 오는 날은 바닥이 미끄러워서 조심히 걸어야 했다. 온시열 품에 넘어졌다가 또 그를 유혹했다는 소문이 나면 안 되었다.
별장 2층. 심해원과 우주한은 술을 마시면서 아래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주한이 온시열을 비꼬면서 말했다.
“시열이 언제부터 저렇게 다정했어?”
심해원은 우산 아래 스쳐 지나가는 가냘픈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문지후가 유설 씨 찾아온 거, 네가 해결한 거야?”
그날 우주한은 심해원에게만 한유설이 문지후를 거절했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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