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소파에 앉은 심해원은 줄곧 책을 바라보았다.
한유설은 거실의 한가운데 서 있었지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말도 하지 않아서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왜 이렇게 긴장하는지 모르겠지만 직감적으로 지금의 심해원은 조금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심해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소파의 쿠션에 기대었다.
긴 다리를 꼬아 앉은 채, 깍지 낀 두 손을 다리 위에 올려놓은 그의 자세는 우아하고 나른해 보였다. 그는 차분하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유설은 심해원과 더 이상 시선을 맞추지 못해서 바닥을 바라보며 말하려고 하였다.
바로 이때, 심해원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유다정 씨에게 우유를 보내라고 했죠?”
이에 한유설은 이렇게 답했다.
“저와 유다정 씨는 분업해서 일을 해요. 심해원 씨와 백도운 씨는 유다정 씨의 담당이고 우주한 씨와 온시열은 씨는 제 담당이기에 오늘 아침에 따뜻한 우유를 심해원 씨께 드리라고 유다정 씨에게 말한 거예요.”
심해원은 한유설의 말에 침묵을 지켰다.
한유설은 심해원의 기괴할 정도로 차분한 시선에 온몸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다시는 ‘한번 해보고 싶다’와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심해원은 드디어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진지해요. 당신이 내 여자친구로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그의 묵직하고 중후한 목소리는 성우 애호가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유설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아름다운 얼굴에 당황하고 놀라움으로 가득 차서 보는 사람의 연민을 자아낼 수 있었다.
그녀는 침착하려고 애썼지만 그의 말은 폭탄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폭발해서 충격이 사라지지 않았다.
심해원은 그녀의 미세한 표정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한순간도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유설은 한참 지나서야 다급히 말했다.
“심해원 씨, 그날 아틀리에에서 있었던 일은 사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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