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도우미는 카트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한유설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집사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담당을 바꾼 것이었던지라 심해원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도우미는 더 긴장하게 되었다.
그녀가 들어가자 심해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다만 칠흑같이 어두운 그의 두 눈은 눈꽃이 흩날리는 바깥보다 더 싸늘했다. 그러나 도우미는 그런 그의 눈빛을 발견하지 못했다.
“심해원 씨, 유설 씨가 오늘 사정이 생겨서 제가 대신 저녁 식사 가져왔어요.”
심해원은 평소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도우미가 카트를 밀고 방에서 나가자 심해원은 테이블에 놓았던 카드를 빤히 보았다. 갑자기 피식 웃는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등골이 서늘해지게 했다.
“간도 크지.”
같은 시각 한유설은 카트를 밀고 우주한의 방으로 갔다. 그러자 우주한이 문을 열어주었다.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빤히 보던 우주한은 그녀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심해원이 그녀에게 심한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한유설이 이미 심해원의 여자친구가 되기로 한 건지는 몰랐다. 이 일만 떠올리면 그는 짜증이 피어올랐다.
‘대체 왜 내 여자친구는 되어줄 수 없는 거지? 왜 심해원의 고백만 받아주는 거냐고! 심해원 보다 내가 못한 게 뭔데?”
우주한의 시선이 그녀의 카트 서랍으로 향했다. 마지막 서랍은 빈 서랍이었는데 안에는 작은 쇼핑백 하나 있었다. 쇼핑백에 새겨진 로고가 너무도 익숙했다.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이었다. 한유설은 황급히 반쯤 열린 서랍을 닫아버렸다. 행여나 그가 보았을까 봐 말이다.
한유설은 일부러 우주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질투에 휩싸인 그가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아주 컸으니까. 그래서 온시열에게 받은 선물을 제일 아래에 있던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미처 닫지 못한 그 사이로 그가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주한은 웃으며 물었다.
“누가 준 거예요?”
한유설은 일부러 모른 척 말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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