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나는 진수혁이 좋아하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일지 괜히 궁금해졌다.
저녁을 다 먹고 나는 부지런히 그릇을 씻으려 했지만 진수혁은 오히려 나를 소파에 앉힌 후 과일을 내밀며 본인이 씻겠다고 나섰다.
“삼촌, 그냥 제가 하게 해주세요. 안 그러면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내 말이 끝나자 진수혁은 불쑥 내 손을 잡았다.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는 것처럼 멎었다가 다시 쿵 내려앉았다.
“유나 손은 피아노 치는 데 쓰라고 있는 거지 설거지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난 원래도 설거지 자주 해서 손이 거칠어졌어. 한두 번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아.”
“그래도...”
내가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그는 내 머리를 가볍게 헝클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유나, 착하지?”
마치 어린애를 달래는 것 같은 어투였다.
어릴 적에도 그는 이렇게 나를 달래주곤 했다.
‘삼촌한테 나는 여전히 어린 애일 뿐인가?’
진수혁을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순순히 소파에 앉아 과일을 집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설거지를 마치고 내 옆으로 돌아왔다.
나는 황급히 노트북을 켜서 진수혁이 가르쳐주길 기다리며 연설문 원고를 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진수혁은 한 손으로 책상을 짚고 몸을 살짝 숙였다.
가까운 거리 때문에 그의 심장 박동이 들리는 듯했고 그 특유의 남성적인 향까지 코끝을 스쳤다.
게다가 코앞에서 진수혁의 쇄골과 오르락내리락하는 목젖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진수혁은 원고를 어떤 방향으로 수정하는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여기 불필요한 문장은 빼. 그리고 이 부분 쓸데없는 말은 다 정리하고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
나는 도통 진수혁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때 진수혁이 물었다.
“알겠어?”
울상이 되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와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가 불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였고 길게 뻗은 속눈썹까지 또렷이 보였다.
뜨거운 진수혁의 숨결이 느껴졌다.
우리 입술은 단 몇 센티미터만 더 다가가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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