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진수혁이 차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가는 길에 그는 나에게 말했다.
“유성민이 이틀 전부터 네 연락처를 달라고 졸랐어. 네가 곡이랑 가사를 써주기로 약속했는데 잊어버릴지도 모르니 알려주고 싶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생각이 났다.
‘맞아, 약속했었지.’
잊을 뻔했다.
“제 연락처를 성민 오빠에게 줘요.”
진수혁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 자식은 좀 믿음직스럽지 못해. 여자 꼬시는 수법이 아주 능숙하거든. 혹시라도 네게 이상한 말을 하더라도 절대 믿지 마.”
나는 이해했다. 진수혁은 내가 유성민의 말에 속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 유성민 일행과 함께 야식을 먹었던 일을 떠올려보니 확실히 유성민의 행동이 가볍게 느껴졌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안고 심지어 키스하려고도 했다.
그는 외모가 나쁘지 않았다.
옷차림도 매우 세련되었고, 게다가 약간 유명한 가수인지라 많은 여자가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더는 순진한 온유나가 아니었다.
그렇게 쉽게 속지도, 쉽게 마음이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성민 오빠는 저를 속이지 못할 거예요. 저도 조심할게요.”
진수혁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진수혁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 신나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리자 엄마가 문을 열어주었다.
“유나야, 왔어? 밥은 먹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먹었어요.”
“잘됐네. 얼른 와봐. 오늘 엄마가 옷가게에 가서 네게 어울릴 만한 옷들을 좀 골라봤어. 이제 직장인이니까 좀 단정하고 세련된 옷을 입어야지.”
말하면서 엄마는 여성 정장 몇 벌과 셔츠에 짧은 치마, 그리고 하이힐을 꺼냈다.
“어서 입어 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옷을 받아들고 갈아입으러 갔다.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하얀 셔츠를 짧은 치마 안에 넣어 입으니 가는 허리가 강조되었는데 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 좋았다.
역시 엄마는 나를 정말 잘 알았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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