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허가윤은 박유준이 건넨 카드를 들고 경원에서 가장 큰 백화점을 돌고 있었다.
뒤따르던 경호원의 손에는 이미 쇼핑백이 가득했다.
한창 의기양양하게 쇼핑을 즐기던 참에 안영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돈을 재촉하는 전화일 거라 짐작하며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엄마, 아직 날짜 안 됐잖아요. 매달 보름에 돈 보내기로 했잖아요? 이제 겨우 월초인데.”
수화기 너머 안영화의 목소리는 잔뜩 떨리고 있었다. 심히 불안한 눈치였다.
“가윤아! 너 당장 집에 와야겠다, 큰일 났어! 네 오빠가, 준하가 사고를 쳤단다!”
허가윤은 이런 전화를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허준하가 또 무슨 사고를 쳤겠나, 안 봐도 뻔하지. 도박판에서 돈을 몽땅 날린 것 말고 또 있겠어?’
허가윤은 짜증이 솟았다.
“엄마, 내가 예전부터 말했죠. 한 달 용돈은 정해져 있다고요. 용돈 다 쓰고 나보고 더 달라는 소리 하지 마요. 내가 무슨 돈 찍어내는 기계도 아니고.”
안영화는 너무 조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그게 아니야! 네 오빠가 사람들에게 맞아서 피투성이가 된 채 대낮에 허씨 가문 앞에 버려졌어. 막 집을 나서려는데 네 오빠가 문 앞에 죽은 개처럼 쓰러져 있는 걸 본 거야!”
그제야 허가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계산을 마치지 못한 명품 가방을 내려놓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다급히 물었다.
“누구를 건드린 거예요? 지금 병원이에요? 상태는 어떻대요?”
안영화에게는 허준하가 유일한 아들이었다. 아무리 허준하가 못난 아들이라고 해도 안영화는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기에 허준하는 그야말로 그녀에게 심장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죽기 직전에 놓였으니 울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 옮겼지. 난 집에 생활용품 좀 챙기러 왔어. 너도 빨리 병원으로 와! 아이고, 이걸 어쩌면 좋아! 대체 어떤 짐승 같은 놈이 이랬는지, 사람을 아주 죽이려고 작정을 했더구나!”
허가윤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거칠게 밀어냈다.
“비켜요, 비켜!”
사람들은 눈을 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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