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화

그 실루엣은 김원우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던지라 송서아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김원우였다. 하지만 평소의 절제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의 몸짓에는 술기운이 짙게 배어 있었다. 게다가 김원우의 옆에는 얇은 옷차림의 키 큰 여자가 팔짱을 낀 채 바짝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송서아는 저도 모르게 다급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심소희는 송서아의 손목을 잡아끌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안 들어가고 뭐 해? 다 젊은 애들인데, 설마 괜히 부끄러워서 그래?” 송서아는 멍하니 그녀의 손에 끌려 들어갔지만 마음은 여전히 복도 끝에서 본 그 장면에 머물러 있었다. 룸 안에는 심소희의 새 회사 동료들이 있었다. 그 회사는 전시 기획 쪽을 담당하는 회사라 그런지 몇몇은 바로 송서아를 알아보았다. “어? 이분은 며칠 전에 화제 된 그라피티 소녀 아니에요?” 이내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송서아와 사진을 찍겠다고 달려들었다. 그래서인지 송서아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고 그저 끌려다니며 멍하니 셔터 소리에 반응할 뿐이었다. 심소희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생이 조금 내성적이라서 그래요. 사진 찍는 건 좋은데 SNS에는 올리지 말아 주세요.” 조명이 어두웠던지라 심소희는 송서아의 표정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저 수줍어하는 줄로만 알았다. 한참 동안 사람들에게 끌려다녀 사진을 찍은 송서아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한데... 아무래도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로 화장실에 가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숨 좀 돌리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심소희의 직장 동료들 때문이 아니라 복도에서 우연히 본 그 장면이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그 키 큰 여자는 놀랍게도 그녀와 닮아 있었다. 눈매와 입꼬리, 심지어 웃을 때 들어가는 보조개까지... 송서아는 다소 심란해졌다. 조금 전 심소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며 김원우에게 정말로 그런 사이코패스 같은 기질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더는 김원우를 믿을 수 있을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