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하긴. 서아 씨 같이 이혼한 여자가 나이가 비슷한 남자랑 결혼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상대가 어떻게 돈까지 많은 사람이겠어. 그렇게 어리석을 리가 없잖아.’
박유준의 속내를 알아버린 듯 민채원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왜? 서아랑 결혼할 남자가 교외 출신이야?”
민채원의 얼굴에는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
전체 경원시에서 박씨 가문보다 조건 좋은 집안이 별로 없었기에 민채원은 늘 자신감이 넘쳤다.
‘조건이 좋은 사람이라면 왜 서아 같은 여자랑 결혼하려고 했겠어.’
“아니. 그래도 한때는 우리 박씨 가문 며느리였는데 어쩌다 그렇게 초라해진 거야. 정말 안타깝네.”
하지만 표정은 전혀 안타까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 자부심 넘치는 표정은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
박유준은 그제야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혼란스러워하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생각이 아주 또렷했다.
“엄마, 기사님한테 집으로 모셔다드리라고 할게요. 제가 가윤 씨 옆에 있을게요.”
민채원은 그제야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피곤하던 참이었어.”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맞다. 시내 중심 프로젝트를 따냈다면서?”
일 얘기를 꺼내자 박유준은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네. 계약만 하면 돼요. 그쪽에서 시간 나는 대로 계약서에 사인하면 끝나는 거예요.”
민채원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박유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좋아. 이 계약만 따내면 올해 KPI를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야.”
이어 민채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늙었나 봐. 이제는 너희 젊은 사람들처럼 일하는 게 효율적이지도 못해. 김씨 가문이 워낙 까다롭기로 소문났는데 네가 이렇게 빨리 따낼 줄 몰랐어. 앞으로는 회사를 전적으로 너한테 맡겨야겠어.”
박유준이 민채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가 기초를 잘 다져놓으신 덕분이죠. 그래도 엄마한테 맡겨야죠.”
민채원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 가윤이 배 속 아이가 태어나면 나도 아이나 돌보며 세계 여행이나 다녀야지. 회사를 너한테 맡기면 백 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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