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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박은영이 평소처럼 차분하게 얘기했기에 이금희는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태진과 같이 본가에 오나 해서 물어본 거야. 따로 살 집을 정했으면 내가 잘 아는 도우미 아줌마를 보내줄까?” 유태진의 이름으로 부동산이 많았기에 정리만 하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바빠서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시간도 없었다. 박은영이 부드럽게 말했다. “할머니, 그러시지 않아도 돼요. 그건 저희끼리 이미 정했어요.” “알겠어.” 이금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물었다. “갑자기 그 집을 왜 손보는 거야? 인테리어 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다시 한다니까 궁금해서 그래.” 그녀는 박은영이 그 집의 인테리어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고 있었다. 박은영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말했다. “이 기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에 손댈 수 있잖아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죠.” 갈아엎은 건 집이 아니라 3년 간의 결혼 생활이었다. 그 집에 박은영이 온 적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장식할 것이다. 이금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착각 속에 빠졌다. 박은영이 유태진과 다시 잘 지내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무척 좋아했다. “그렇다면 믿고 기다릴게.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같이 와서 밥 먹자. 끼니 거르지 말고 쉬면서 일해.” “알겠어요. 할머니도 잘 지내세요.” 박은영은 다정하게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달력에 표기한 날짜를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몇 년 전의 박은영은 신혼집을 꾸밀 때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직접 디자인하고 결정했다. 이 집에 어울리는 것을 찾을 때까지 발품을 팔았다. 주씨 가문에서 지낼 때는 늘 남의 집에 얹혀사는 기분이었다. 어릴 적에 불안해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유태진과의 결혼 생활을 무척 소중하게 여겼다. 기대에 차 있던 눈빛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12날만 지나면 숙려기간도 끝이 나기에 조금만 더 버티면 되었다. 박은영은 컴퓨터를 켜고 계속해서 프로젝트 계획을 세웠다. 이때 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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