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화
서연주는 유태진이 박은영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떤 따뜻함도 없이 아주 차갑고 비즈니스적인 유태진의 태도에 서연주는
유태진이 아마 예전에 익숙했던 호칭을 무심코 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에 그저 박은영이 이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이 배분 조항에 대해서는...
박은영이 하수혁을 부추겨 서연주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의로 제안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사적인 원한을 품은 소인배적인 모습을 보이다니, 역시 큰 그림을 그릴 인물은 아닌가 보다.
유태진마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이대로 나간다면 협력이 정말로 물거품이 되리라는 것을 서연주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 비전 기업에게 헛되이 이용당할 뿐만 아니라 협력사로서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러 번 고민한 끝에 결국 화를 삭이며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프로젝트 이후로 비전 기업과 상양 컴퍼니 사이에 그 어떤 우호적인 거래도 절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서연주는 싸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
가볍게 입꼬리를 올린 유태진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말했다.
“다음에 다시 봐요.”
박은영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고 응답도 없었다.
하수혁은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래요. 유 대표님, 안녕히 가세요.”
유태진은 박은영을 힐끗 본 뒤 몸을 돌려 떠났다.
유태진과 서연주를 보내고 난 후 하수혁은 통쾌함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기술 공평 배분을 바라다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신생 회사에 팀도 아직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설령 유태진을 등에 업고 최고의 하드웨어 실력을 갖췄다 한들 무슨 소용인데? 맛 좀 본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알아야지.”
하수혁이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것은 박은영의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박은영은 처음부터 상대방이 이득을 보게 할 생각이 없었다.
이 기회를 절실히 원하는 상양 컴퍼니로서는 비전 기업의 기술 주도권 조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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