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2화
유태진은 담담하게 박은영을 바라봤다.
그녀의 혈색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연하게 화장했음에도 평소와 다른 지친 기운이 역력했다.
박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수혁은 박은영이 원치 않는 사람을 이 자리에서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알았다.
몸 상태가 걱정되긴 했지만 그는 웃음을 띠며 돌아서서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은영이는 제가 잘 챙길 테니 다음에 꼭 식사라도 대접하면서 감사 인사 드리겠습니다.”
그 말속에는 ‘이제 가 달라’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었다.
진승현은 하수혁의 체면을 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 역시 이 자리에 계속 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여러 검사를 받는 박은영도 불편할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유태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박은영을 다시 보지도 않고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는데 미련이나 깊은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서연주는 그의 단호한 뒷모습을 보고서야 입꼬리를 씩 올렸다.
방금 전 자신이 괜히 오해했던 것 같았다.
유태진은 그저 하는 수 없이, 다른 이유로 도와준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뒤를 따라 병실을 나섰다.
진승현은 떠나기 전 박은영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박은영은 이미 눈을 감고 있었기에 그는 그녀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고 빨리 회복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세 사람이 나가자 박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하수혁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이게 이렇게 심한 거야? 의사는 뭐래?”
그의 걱정스러운 시선에 박은영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는 애써 담담한 척하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냥 부딪혀서 조금 아픈 거예요.”
아직은 솔직히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수혁 성격상, 당장 치료를 받게 하고 비전 그룹 프로젝트는 손 놓게 만들 게 뻔했다.
적어도 아직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로 여러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특히 외삼촌의 수술이 코앞인데 할머니에게도 이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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