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4화
유태진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말은 고스란히 박은영의 귀에 들어와 그녀를 잠시 멍하게 만들었다.
문밖에 있던 간호사는 앞에 서 있는 눈에 띄게 잘생기고 기품 있는 남자를 놀란 듯 바라봤다.
젊은 간호사들 몇은 몰래 고개를 내밀어 그를 힐끗거렸다.
유태진은 시선을 떨군 채 계속 물었다.
“어제 진료 본 의사와 얘기하고 싶은데 정확히 몇 시에 출근하죠?”
응급실 의사들은 늘 교대 근무라 바쁠 때는 찾기도 힘들다.
유태진은 아직 박은영의 정확한 상태를 알지 못했다.
간호사가 대답하려던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박은영이 좋지 않은 얼굴로 서 있었고 표정은 불쾌함이 묻어날 만큼 차갑고 도도했다.
그녀의 시선은 곧장 유태진에게 향했다.
그는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박은영을 쳐다봤다.
표정은 담담했고 시선은 똑바르며 거리낌이 없었다.
“깼어? 어디 또 불편한 데 있어?”
유태진이 먼저 물었다.
안정된 표정과 차분한 시선으로 박은영을 훑었다.
그 기세에 박은영은 막 꺼내려던 질문을 삼켰다.
그녀는 유태진이 왜 간호사에게 자신을 ‘남편’이라고 소개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곧 그의 손에 쥐어진 휴대폰 화면이 보였다.
통화 중, 발신자 표시엔 ‘할머니’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
마침 이금희의 전화가 왔고 동시에 간호사가 관계를 물었기에 그는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박은영은 창백한 입술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많이 나아졌어요.”
수화기 너머의 이금희가 곧장 걱정스러운 말을 건넸다.
박은영은 그녀의 염려를 느껴 부드러운 말투로 이금희를 안심시켰다.
전화를 끊자마자 방금 전까지 온화했던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박은영은 유태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간호사를 향해 말했다.
“이제 거의 괜찮아요. 조금 있다가 퇴원할게요.”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 사람은 제 남편이 아닙니다.”
사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을 마친 박은영은 병실로 돌아갔다.
간호사는 멍한 표정으로 유태진을 다시 훔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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