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4화
유태진은 당연히 그녀의 기분이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순간의 어색할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할 말은 다 했고,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같은 공간에 우연히 함께 있는 낯선 사람들처럼 말이다.
마치 과거의 그들 사이와 같은 방식이었다.
권이준이 복도를 내려오다 멀리서 이 광경을 목격했다.
그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나란히 앉아 있는 유태진과 박은영을 바라보며 눈에 혼란스러움이 스쳤다.
그는 유태진을 모를 리 없었다.
유명한 로열 그룹의 유 대표님, 유씨 가문과 권씨 가문은 조상님부터 이어온 교분이 깊은 사이다.
비록 그와 유태진이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유태진이 왜 여기에 있는걸까?
오늘 그 수술실에는 박태욱의 이식 수술만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유태진이 박은영과 함께 박태욱의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건가?
그의 눈에 의문이 가득했다.
유태진과 박은영이 알고 지내는 사이였나?
권이준은 무언가 생각에 잠겼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박은영은 오래 앉아 있으면 자꾸만 몸을 움직이고 싶어졌다.
가끔 옆에서 유태진이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스마트폰 키보드를 두드리는 미세한 소리가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조금씩 흩어주는 듯했다.
다행히 수술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지경준이 나왔을 때는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박은영이 달려갔다.
"어떻게 되셨나요?"
지경준이 미소를 지었다.
"수술은 순조로웠습니다. 이제 마취에서 깨기만 기다리시면 돼요. 최대 24시간 이내로 깨실 거예요."
박은영은 드디어 숨을 내쉬었다.
기진맥진한 몸을 벽에 기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니에요."
지경준이 떠나기 전, 유태진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어디선가 본 얼굴 같은데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
유태진이 담담하게 응시했다.
"이 병원에 몇 번 와본 적 있습니다."
지경준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
박은영은 유태진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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