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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유태진 일행은 김정한과 함께 이곳에서 연말을 보내기로 한 모양이었다. 박은영은 그제야 유태진이 할머니와의 연말 약속을 거절한 이유가 서연주와의 약속 때문이었음을 알았다. 서연주는 유태진 마음속에서 그 어떤 것보다 우선순위에 있었고 박은영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유나연의 노골적인 적대감을 알아챈 하수혁은 유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 대표님, 우연이네요. 우리도 회사 워크숍 왔는데 다들 이곳에 계시네요.” 박은영이 그들을 따라온 것이 아님을 담백하게 설명했다. 처음부터 회사 워크숍 행사였고 우연히 마주친 것뿐인데 이것까지 박은영에게 뒤집어씌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유태진이 고개를 들었다. “저희도 갑자기 결정한 거예요. 기가 막힌 우연이네요.” “누가 알아, 박은영이 사람들을 끌고 와서 핑계를 대는지...” 유나연이 중얼거리자 정하늘이 피식 웃었다. “아가씨, 너무 예민하네. 그럼 난처해하잖아.” 하수혁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서연주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당당하게 하수혁에게 인사했다. “하 대표님, 또 뵙네요.” 그러면서 여전히 박은영을 무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아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 속에는 무시할 수 없는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 명예와 이익만을 노리는 분야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하수혁은 노골적으로 면박을 주는 행동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가식적인 미소로 답했다. “서연주 씨는 든든한 후원자가 계시니 앞으로도 자주 마주칠 일이 많겠군요.” 무슨 뜻인지 알아챈 서연주는 잠시 망설였지만 변명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이룬 성과가 하수혁의 시각을 바꿔놓을 거라고 믿었다. 박은영을 한참 바라보던 김정한은 텐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은영은 그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차분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유나연의 말에도 대꾸하지 않은 채 하수혁에게 물었다. “우리 캠핑 테이블 예약했어요?” 하수혁은 이 일을 모두 심가희에게 맡겼었다. “가희에게 물어볼게.” 유나연은 박은영이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화조차 내지 않는 모습에 더욱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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