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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하지만 그 반응만으로도 그의 속셈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서연주가 원하는 것이라면 별이든 달이든 따다 줄 거라는 것이었다. 그게 바로 서연주가 자신 있어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박은영은 손발이 얼어붙는 듯했다. ‘설마 그 돈을 대신 내겠다는 건가? 심지어 연주 씨가 우리 외할머니 것을 빼앗으려 해도 연주 씨 편을 들겠다는 건가?’ 언제 어디서든 그는 서연주가 우선이었다. 박은영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연주 씨에게 무엇을 해주든 태진 씨 자유지만 집을 팔지 않는 것도 제 자유예요.” 서연주는 실눈을 떴다. 박은영은 지금 그냥 막무가내로 하겠다는 의미였다. 정하늘도 인상을 찌푸렸다. ‘같잖은 감정싸움 때문에 은영 씨가 수십억을 마다한다고?’ 유태진은 아무렇지 않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은영을 지나쳐 나갔다. 서연주와 정하늘도 그 뒤를 따랐다. 떠나기 전까지도 서연주는 비웃는 눈빛으로 박은영을 쳐다보았다. 부동산 주인은 안절부절못하며 다급히 말했다. “은영 씨, 다시 잘 생각해 보세요. 저분 로열 그룹 유 대표님이시잖아요. 돈이 많기로 소문난 분이 신혼집 알아보려고 온 거 아니에요? 돈을 아끼지 않고 쓰시는 분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죠!” 하지만 박은영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부동산 주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뺨을 몇 대 세게 얻어맞은 듯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유태진의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결국 동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겠지.’ 문 앞까지 걸어가던 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바닥을 응시했다. ‘왜 하필 우리 외할머니 집인데? 대대로 내려온 집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잖아.’ 허윤정은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힘들던 시기에 박은주의 호의로 그 집에 두 달 동안 묵은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허윤정이 처음으로 본 재벌 집이 바로 박씨 가문 대저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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