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박은영이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출장이요?”
“해성에서 2년에 한 번씩 항공 기술 교류회가 열리거든.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다 오는 행사인데, 대기업 투자자들도 많이 오는 곳이야. 어때? 슬슬 관심이 생기지 않아?”
하수혁이 기대에 찬 듯한 웃음을 짧게 터뜨리며 말했다.
박은영도 이 행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해성 시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이 교류회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동종 업계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행사 중 하나로서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초청받아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배우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기회였다.
“아마 우리 아버지도 참석하실 거야. 이번 기회에 얘기도 나눠보는 게 어때?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가희랑 드레스도 골라 놔. 계산은 법카로 하고.”
하수혁이 어딘가 허세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 말에 심가희도 기분이 확 풀린 것 같았다.
“콜! 맡겨만 주세요. 우리 하 대표님 파트너 타이틀에 걸맞게 행사장 뒤집어놓을 테니까!”
심가희는 바로 차를 돌려 가장 큰 쇼핑몰로 향했다.
한참을 돌아다녀 봤지만 마음에 드는 옷이 없었다. 전시되어 있는 드레스 중 가장 비싼 몇천만 원짜리 드레스도 심가희의 눈에는 박은영에게 어울릴 만한 고급스러움이 없는 것 같았다.
두 시간 가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직접 발품을 판 끝에 심가희는 해외에서 금방 들여온 자신의 옷을 박은영에게 입히기로 했다.
그녀는 곧장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드레스를 건네받았다.
옅은 보랏빛의 머메이드 드레스의 천은 얇은 안개처럼 가볍고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허리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이 완벽한 박은영의 몸매를 돋보이게 해주었다.
드레스는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받아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지만 과해 보이는 장식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숨겨진 고급스러움이 드레스의 화려함을 빛내주고 있었다.
“역시 이거야. 너무 잘 어울린다. 널 위해서 만들어진 옷 같아. 꼭 이거 입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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