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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혼인신고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박은영은 잠시 혼인신고서를 들여다봤다. 단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태진의 표정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얼굴에는 냉담함보다는 오히려 묘한 여유와 안정감이 스며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막 그 서류를 안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신혼집은 아직 리모델링 중이라 일단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면 돼. 괜찮지?” 박은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유태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차 문을 열었다. 그러나 막 탑승하려던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급한 전화였는지, 그는 통화를 받으며 그녀를 짧게 바라봤다. “넌 먼저 차 타고 집에 가. 짐 정리하고 오늘 안으로 이사 오면 돼. 난 회사 일 좀 처리해야 해서 먼저 가 볼게.”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박은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와 함께 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결혼은 그저 형식적인 서류 한 장으로 맺어진 부부임을 상징할 뿐, 체면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게 그녀가 상상한 결혼의 전부였다. ‘같이 산다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때, 운전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모님, 짐이 많으신가요? 많으면 바로 사람 보내서 옮기게 할게요.” “아, 아니요.” 박은영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몇 벌 옷이랑 책들뿐이에요. 제가 직접 챙길게요.” 사실 그녀의 삶은 늘 단출했다. 주씨 가문에 있을 때도 그녀의 방은 작고 거의 비어 있었다. 독립한 뒤에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창밖 풍경이 천천히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박은영은 조용히 긴 한숨을 내쉬었다. ... 그 시각, 유태진은 이미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긴급히 소집된 미팅 탓에 사방에서 보고와 질의가 쏟아졌고 회의실 공기는 숨 막히게 팽팽했다. 그는 묵묵히 의자에 기대앉아 있었지만 주머니 속에 든 혼인신고서의 존재감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얇은 종이 한 장이 온몸을 달구는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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