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박은영은 이미 공항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그녀는 수하물 위탁까지 다 마친 후에야 대답했다.
“네 시 반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알겠어. 비행기에서 내리면 공항에서 나 기다리고 있어. 시내까지 같이 가.”
박은영은 그가 이렇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이유는 분명 할머니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어젯밤의 일이 자꾸 떠올라 마음에 걸렸다.
그가 말투를 의미심장하게 바꾸며 비꼬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너 데리고 오래.”
할머니 얘기가 나오자 박은영의 미간이 서서히 구겨졌다.
“그럼 할머니한테는 언제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태진 씨, 우리 이제 타야 해요.”
그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는 유태진이 서연주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뚜뚜...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전화를 끊었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자신의 말을 들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어젯밤의 일 역시 유태진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만약 방금 들렸던 그 방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는 박은영과 같은 비행기였다.
저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분명 서연주와 함께 타는 거면서 어떻게 날 데려다줄 생각을 하지?’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따져보지 않기로 했다.
해성에서 경운까지는 대략 두 시간 거리였다. 박은영은 비행기에서 내려 수하물을 찾으러 걸음을 옮겼다.
유태진이 시내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분명 할머니가 그에게 어떠한 얘기를 했을 것이다.
의자에 앉은 박은영은 유태진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준비가 끝나면 알아서 나오겠다 싶은 마음에 굳이 몇 번 더 걸지는 않았다.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하긴 싫었던 박은영은 노트북을 꺼내 밀린 일을 처리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던 그때였다.
박은영은 주위 환경 탓에 뻣뻣해진 목을 주무르며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40분이나 지나 있었다.
유태진에게선 여전히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이 상황에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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