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하지만 신호음만 들릴 뿐 이금희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직 여덟 시밖에 되지 않은 터라, 평소 늦은 시간까지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금희가 이렇게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리 없다고 생각한 박은영은 집에 놓여있는 유선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집에 있던 도우미가 전화를 받고 말했다.
“사모님, 어르신께서 요즘 몸이 좀 불편하시다고 일찍 주무시고 계세요. 오늘 하루 종일 입맛이 없으시다고 밥도 드시지 않으셨어요.”
박은영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디가 아프시대요? 혈압 문제인가요?”
“방금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셔서, 감기 영향으로 혈압이 불안정하다고 진단하셨어요. 사모님, 오늘 시간 되시면 한번 들러 주실 수 있으세요? 우리가 아무리 말씀드려도 어르신께서 듣지 않으시네요.”
박은영은 잠시 망설였다. 할머니가 아프다는데 알면서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누구보다도 그녀에게 친절했던 분이라 어찌 되었든 문안 인사는 드려야 했다.
“네, 지금 갈게요.”
원래는 이금희한테 유태진이 집에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그녀가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본가에 도착하자, 도우미가 박은영에게 슬리퍼를 내주었고 거실에 누워있던 이금희는 박은영이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반갑게 웃으며 맞이했다.
“은영이 왔구나. 네가 온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퇴근하자마자 온 거야?”
박은영은 자신의 걱정과 달리 이금희의 안색이 나쁘지 않은 걸 확인하고는 안도하며 말했다.
“할머니, 몸은 좀 괜찮으세요? 입맛이 없다고 하루 종일 식사도 하지 않으셨다면서요?”
이금희는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이 들면 잔병이 생기는 법이야. 가끔 단식하면 염증 치료도 되고 좋다던데?”
박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도 안 돼요. 할머니,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정말?”
이금희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 전복죽을 좀 만들어줘. 네가 해준 전복죽이 제일 맛있더라.”
박은영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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