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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박은영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무의식적으로 젓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순간적인 반응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유나연은 흐뭇하게 웃으며 유태진 앞으로 휴대전화를 내밀고 다시 한번 되물었다. “오빠, 맘에 들어요?” 차가운 눈빛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던 유태진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경고하는 눈빛으로 유나연을 바라보았다. 유나연은 그의 눈빛에 몸을 움츠리며 휴대전화를 거두었다. 유태진과 서연주의 관계가 아직 공개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던 유나연도 그저 박은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을 뿐 유태진을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왜들 이래?” 이금희는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나연이 싱글벙글 웃으며 이금희에게 다가갔다. “그냥 오빠가 좋아할 만한 걸 보여줬어요.” 이금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더 묻지 않았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은영의 표정은 이미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해져 있었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듯, 남들처럼 그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관망하는 듯했다. 유태진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젓가락을 내려놓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이금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고개 돌린 사이에 어디 간 거야? 은영아, 네가 가서 태진이 데리고 내려와.” 박은영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실을 생각 중이었지만, 이금희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방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아무 대답이 없자, 그녀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유태진이 욕실에서 나오는 참이었다. 방금 목욕을 마친 듯, 검은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편안한 홈웨어를 입고 있었는데,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뚜렷한 가슴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쥔 채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박은영의 머릿속에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유나연이 방금 서연주의 섹시한 사진을 유태진한테 보여줬고 유태진은 곧장 올라와 샤워했다. 게다가 지금 누군가와 열띤 통화를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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