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이금희의 열띤 모습에 박은영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나갔는데요?”
박은영은 어젯밤 유태진이 정확히 몇 시에 나갔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침대 상태를 보아하니 분명히 유태진은 묵지 않고 간 모양이었다.
이금희는 순간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나갔다고? 지금 겨우 7시 반이고, 내가 6시에 일어났었는데 태진이가 나가는 건 못 봤어.”
박은영은 이금희의 기색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이금희는 그녀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고는 비로소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태진이한테 준 건 보약이 아니라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약이었어.”
중의학은 참으로 심오했다.
이금희는 특별히 오 의사에게 그 약을 지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박은영의 상태를 보니 애정을 나눈 흔적조차 없어 보였다.
박은영은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젯밤 유태진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쉬어있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할머니, 오빠 아침은 준비하지 마세요.”
하품하며 내려오던 유나연은 박은영의 옆을 스쳐 지나며 그녀를 들으라는 듯 대놓고 말했다.
“오빠는 이미 밖에서 다른 사람이랑 아침 먹었대요.”
‘다른 사람이라면 서연주겠지.’
박은영은 눈을 내리깔았다.
어젯밤 유태진은 집에서 나가 서연주를 찾아간 모양이었다. 이금희가 그런 약을 먹였다고 해도 그런 충동을 향한 대상은 결코 자신이 아니었을 테니까.
게다가 어젯밤, 서연주의 사진에 약까지 더해져서 두 사람한테는 아주 격정적인 밤이 되었을 것 같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금희는 탄식하며 욕을 퍼부었다.
“밖에 대체 뭐가 그렇게 끌리는 게 있길래 이런 새벽에 뛰쳐나간 거야!”
이금희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마음을 써서 준비해 줬음에도 한없이 무심한 유태진이 너무 한심하고 섭섭했다.
박은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유태진은 오늘 아침이 아니라 어젯밤에 이미 나갔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괜한 말에 이금희가 또 화를 내다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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