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얼굴을 붉히다
유수진이 오늘 직접 요리한 것도 빨리 해치우고 끝내기 위해서지 다른 건 없었다. 게다가 유수진은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호박 된장국을 한 사발 떠서 연우에게 나눠준 유수진은 김경숙에게 연습용 젓가락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네 살인데 아직도 젓가락질 못 하는 거야?”
양수희가 느긋하게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너무 오냐오냐하는 거 아니야? 애는 그렇게 키우면 안 돼.”
유수진은 그럼에도 계속 연우에게 밥을 떠먹였다. 연우는 양수희의 불손한 태도를 느끼고 잘 먹지 않았다. 담이 작아서 놀라면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양수희는 식탁에 올려진 음식을 별로 먹지 않았지만 한성태는 요리가 퍽 마음에 들었는지 꽤 잘 먹었다. 한경민은 주방을 감도는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얼른 양수희에게 조기구이를 집어줬다.
“엄마, 수진이가 한 조기구이 드셔보세요. 고소하니 너무 맛있어요.”
“보기만 해도 비린데? 나는 서양식을 먹어놔서 이렇게 굽고 튀긴 건 딱 질색이야.”
양수희가 이렇게 말하며 코를 막자 한경민이 난감한 표정으로 유수진을 바라봤지만 유수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우를 달래서 밥을 먹였다. 아이에겐 의외로 인내심이 많았다. 담도 작은 아이를 한씨 가문으로 데려온 게 살짝 후회되기도 했다.
“아니면 너 먼저 먹어. 내가 연우 먹일게.”
관계를 만회하고 싶었던 한경민은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었다. 다만 아들이 다른 사람의 아이까지 챙기는 게 거슬렸던 양수희가 한경민을 노려보자 후자도 더는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잔소리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나이가 됐는데도 안고 밥을 먹는 건 아니지. 혼자 먹게 놔둬. 안 먹으면 굶기고. 배고프면 알아서 밥 먹을 거야.”
유수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오히려 말을 잘 듣는 듯한 느낌을 줬다. 다만 양수희는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 말대로 아이를 오스주에 두고 왔어야 해. 유씨 가문에서는 시터를 구할 돈이 없을지 모르지만 한씨 가문은 있어. 뭘 굳이 같이 들어오고 그래.”
“사람을 두려워하는 걸 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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