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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임현성은 한예빈을 한 휴식실 앞까지 데려왔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희미하게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예빈 씨, 제 사촌 형은 이 안에 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불러올게요.” 한예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문밖 복도 그늘이 드리운 곳에 조용히 서서 무심한 듯 문틈 너머를 바라보았다. 안을 본 순간 온몸의 피가 단번에 차갑게 얼어붙는 듯했다. 안쪽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주인호와 주태영 부녀였다. 6년 전, 주씨 가문을 파산으로 몰아넣고 아버지를 극심한 압박 끝에 투신하게 만들었으며 어머니마저 심장병으로 뒤따라 세상을 떠나게 한... 오빠를 억울하게 감옥에 보내 지금까지 나오지 못하게 한 장본인들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찻잔을 들고 위선적인 미소를 띤 채 임태우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노골적인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임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증오가 독을 품은 덩굴처럼 순식간에 한예빈의 심장을 휘감아 조여 왔고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어 피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통증이 있어야만 그녀는 간신히 무너질 듯한 이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지금 뛰어 들어가선 안 돼. 절대 안 돼! 참아!’ 작은 분노를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실현할 수 없었다. 그녀의 딸과 오빠는 아직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휴식실 문이 열리고 임태우가 먼저 안에서 걸어 나왔다. “예빈 씨, 오래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잠깐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한예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치밀어 오르는 증오를 억눌렀다. 그리고 애써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임태우 씨, 인사드리러 왔어요. 피아노 연주는 끝났고 저는 이만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휴식실 안에 아직 남아 있던 주인호와 주태영 부녀가 또렷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동시에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한 걸음 다가가 임태우의 어깨에 있지도 않은 먼지를 가볍게 두 번 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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