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아린 씨, 먼저 가서 하던 일 마저 해요.”
유수아가 따라와서 고아린에게 짧게 일러두고 심은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아린은 지금이야말로 자기 롤모델을 살뜰히 챙길 기회라 생각했지만 아직은 사적인 질문을 건넬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찰랑...”
입을 헹군 심은지는 속이 여전히 뒤집혀 얼굴이 창백했다.
“은지야, 병원에 가 보자.”
유수아가 걱정스레 물었다. 핏기 하나 없는 심은지의 안색이 사람을 더 불안하게 했다.
심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째 산전 검진을 못 간 것도 사실이었다.
“의사랑 일정 잡아서 이틀 안에 다녀올게.”
“좋아. 그때 전화해. 내가 같이 갈게.”
“응.”
심은지는 거절하지 않았다. 유수아도 바쁘지만 이 정도 배려를 굳이 사양할 이유는 없었다.
“먹고 싶은 거 있어? 바로 시켜 줄게.”
“없어.”
이혼 문제를 처리하느라 아픈 것도 무시하고 버텼을 때는 반응이 덜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입에 당기지 않았다. 어떤 음식은 갑자기 먹고 싶다가도 몇 분 지나 배달이 오면 또 손이 안 갔다. 이번 임신은 첫째 때보다 훨씬 까다로운 듯했다. 심은지는 강은우를 가졌을 땐 입맛이 좋아 뭐든 맛있게 먹었었다.
심은지는 문득 옛일이 줄줄이 떠올라 잠시 멍했다가, 유수아의 팔에 이끌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미간을 한 번 찡그렸다 펴며 단순하게 넘겼다.
‘피곤해서 그러겠지.’
사무실로 돌아오니 고아린이 질문을 들고 다가왔다. 심은지는 고아린의 배를 힐끗 훑는 시선과, 무언가 말하고 싶다가 삼키는 표정을 느꼈지만 못 본 척했다.
한성 그룹.
문서 더미를 두 시간쯤 처리하던 강우빈은 습관대로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 자리에는 늘 커피가 있었고 비서는 한 시간 간격으로 새 잔을 갈아주고는 했다. 예전 회사에 심은지가 있을 땐, 대개 심은지가 직접 커피를 내려 주었다.
강우빈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익숙하게 잔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 입에 닿은 건 커피가 아니라 꿀 생강차였다.
이건 분명히 심은지의 레시피였다.
강우빈의 위장이 약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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