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강우빈은 손가락을 수돗물에 잠깐 대더니 다시 칼을 들었다.
“씁...”
“아...”
무엇 때문이었을까.
강우빈은 문득 잊고 있던 장면들이 또렷해졌다. 5, 6년 전, 심은지는 자꾸 손을 뒤로 감췄다. 강우빈이 수상하다 싶어 손을 잡아 보니 왼손가락마다 밴드가 붙어 있었다. 이유를 묻자 심은지는 다칠까 봐 미리 붙였다고 말하면서 웃어넘겼다. 그때 강우빈은 이사회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금 보니 강우빈도 드디어 알 것만 같았다.
검지와 엄지에서 피가 송골송골 맺히는 걸 보며, 그동안 심은지가 이 한 끼를 배우려고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견뎠는지 비로소 실감했다.
“아빠?”
하교한 강은우가 주혜린을 찾으러 부엌으로 들어왔다가 강우빈과 눈이 마주쳤다. 강우빈은 반사적으로 손을 등 뒤로 감췄다. 예전의 심은지처럼 말이다.
“학교에 다녀왔냐?”
“응. 근데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위로 올라가서 숙제해. 과일 깎아서 가져갈게.”
“알았어요.”
강은우가 방으로 올라가자 강우빈은 다시 손을 물에 씻고 피를 멎게 했다. 밴드를 붙인 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강은우는 접시를 보며 말하려다 말았고 과일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잠시 후, 주혜린이 산 새우를 사서 돌아왔다.
“새우볶음을 하려면 껍질부터 벗겨야겠네요.”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강우빈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제가 손질할까요? 대표님은 볶기만 하세요.”
“아니에요.”
아스파라거스 새우볶음은 강우빈도, 강은우도 좋아했기에 일주일에 두세 번은 식탁에 올랐다. 강우빈은 심은지가 이 요리를 만들 때 미리 손질된 새우를 쓰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 산 새우를 직접 까서 썼을 것이다.
태어나서 그릇도 제대로 씻어 본 적 없는 강우빈이 새우를 집어 들었다. 활기가 넘치는 놈이 손바닥에서 펄쩍펄쩍 뛰다가 쏙 빠져나갔다. 강우빈은 말없이 주워 들고 주혜린을 보았다. 주혜린은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고 새우 까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그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