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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심은지, 장난은 그만해.” 이준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낮게 말했다. “무슨 장난?” 바로 그때 문간에서 불쑥 유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또 언제 왔어?” 심은지는 고개를 들어 한 손엔 과일 바구니 다른 손엔 꽃을 든 유수아를 보았고 얼굴엔 헛헛한 기색이 감돌았다. “네가 성질에 못 이겨 입원까지 했다는데 내가 와서 네 편을 안 들어줄 수야 있겠니.” 유수아는 심은지를 힐끗 흘겨보며 가져온 것들을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보아하니 심은지에게 가장 가까운 좁은 탁자 위는 이미 먹을거리 마실 거리로 빼곡히 차 있었다. “어머, 너 이러다가 가게를 차려도 되겠어. 설마 내가 제일 늦게 온 건 아니겠지? 미안해라, 어젯밤에 전화가 꺼져 있어서 네 입원 소식을 오늘 아침에야 들었지 뭐야.” 유수아는 무심히 가져온 것들을 조금 떨어진 작은 탁자 위에 놓았다. “미안할 것까지야. 내가 무슨 큰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네가 오거나 말 거 나지.” 심은지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내가 와야 최소한 너 대신 욕이라도 퍼부어주지. 네가 이 몸으로 애까지 가졌는데 남하고 싸울 일이 뭐 있겠어.” 심은지는 그렇게 말하며 문밖을 향해 눈을 뒤집었다. “강우빈을 마주쳤구나?” 심은지는 묻지 않아도 알겠다는 어투였다. 마음속이 복잡했다. 강우빈이 입으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로 병실 밖에 계속 지키고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하지. 무슨 수호령처럼 딱 버티고 서 있는데 모른 척하려 해도 그게 쉽니.” 유수아는 거침없이 투덜댔다. “어머, 너 손에 든 건 뭐야?” “이혼 판결문?” 유수아는 강우빈에 대한 불평을 끝내고 몸을 숙여 심은지의 이마를 짚어보려다가 문득 심은지의 품에 안긴 서류 뭉치에 시선이 닿았다. 눈을 똑바로 뜨고 확인하더니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심은지, 너 드디어 이혼에 성공했어?” 유수아는 이혼 두 글자를 말하며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목소리에 실었다. “응, 오늘 막 내려온 거야. 축하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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