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며칠째, 심은지는 무언가가 먹고 싶어 외출할 때마다 어김없이 강우빈과 마주쳤다. “내 몸에 위치추적기 단 거 아니야?’
게다가 강우빈이 보내오는 과일과 디저트는 하나같이 그녀의 입맛을 정확히 겨냥했다.
그러나 또다시 함께 저녁을 먹자는 제안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자 강우빈도 풀이 죽은 채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돌아간 그를 맞은 것은 아이의 목소리였다.
“아빠, 오랜만이네요. 엄마는... 데려왔어요?”
홀로 들어오는 그의 모습에 잠시 반짝이던 아이의 눈빛은 이내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
그 변화를 본 순간, 강우빈의 가슴이 저릿하게 죄어 왔다.
____
다음 날, 에버그린 글로벌 초등학교.
수업 중에도 강은우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전에는 열심히 공부해 만점을 받아, 심은지에게 칭찬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심은지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는 공부할 의욕조차 사라졌다.
“강은우! 강은우!”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팔꿈치로 툭 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강단 위에 서 있던 장혜미는 이미 화가 나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집중해야지!”
그러나 강은우는 무심한 얼굴로 창밖만 바라봤다.
‘내가 공부를 잘한들, 엄마가 칭찬해 주지도 않잖아.’
점심시간, 아이는 식판을 내려다보다가 입맛이 떨어졌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반찬에 화가 치밀어 올라, 결국 식판을 그대로 뒤엎어 버렸다.
그 결과, 음식물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 가 호된 꾸중을 들었다.
강은우는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서 혼내 달라고 해 주세요.”
선생님까지 나무란다면, 이제 엄마라도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이의 사정을 아는 담임 장혜미는 안쓰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 심은지는 집에서 가득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준비한 반찬과 국, 거기에 강우빈이 보낸 음식까지 더해져 넘칠 지경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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