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몇 달 만에 다시 이시헌과 말을 나누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예전에 내가 이시헌을 너무 사랑했던 탓에 그 사랑이 그에게 과한 자신감을 심어준 걸지도 몰랐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는 여전히 예전처럼 나에게 명령하려 들었다.
“다희야, 네가 화난 건 알아. 전에 그렇게 너를 가지고 논 건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난 이미 유정이와 파혼했다고. 그러니까 그만 떼쓰고 돌아와. 돌아오기만 하면, 이씨 가문 사모님의 자리는 여전히 네 것이 될 테니까. 이번에는 약속할게. 진짜 결혼하고 성대한 결혼식도 올려주겠다고.”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만 탄식했다.
‘대체 예전에 나는 어떻게 이런 어리석은 사람을 좋아했던 거지?’
“난 당신을 용서하지도 않을 거고 당신이랑 결혼할 생각도 없어. 이시헌, 당신이 나를 속였던 그 순간부터 우리 사이의 감정은 그저 거품이었던 거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웃음거리일 뿐이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임유정한테 전해. 사과는 무릎 꿇고 하는 거라고. 조금 있으면 직접 현장에 가서 그 사과를 받을 거야.”
이 말을 끝으로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내 얼굴에 너무나 노골적으로 불쾌함이 드러났는지 옆에 있던 신정훈은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화났어? 그럼 넌 집에 가서 쉬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까?”
“아니요.”
나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는 오직 복수에 대한 갈망만이 남아 있었다.
“난 직접 보고 싶어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내 발밑에 무릎 꿇고 빌게 되는지.”
신정훈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나를 더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
옷 너머로 전해지는 그의 체온이 내 몸에 스며들자 묘하게 마음이 놓였다.
우리가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약혼식은 이미 절반쯤 진행된 뒤였다.
뚱뚱하고 나이 든 그 남자가 막 임유정의 손에 약혼반지를 끼워주려던 그때, 나를 발견한 임유정의 얼굴이 공포에 질렸다.
그녀는 아직 약혼식이 진행 중인 것도 잊은 채 약혼자를 내버려 두고 내 앞으로 달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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