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이시우 외전
재벌가의 쌍둥이 중에는 늘 한 명의 희생양이 생긴다. 그들은 그것을 ‘보험 장치’라고 불렀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형을 위한 그림자로 선택됐다.
나는 한 번도 이시우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고 혼자 외출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장 안에 머물며 형의 말투와 행동, 습관을 끊임없이 익히는 것뿐이었다.
형이 다치면 나도 똑같이 다쳐야 했다.
형이 골동품 감정에 흥미를 보이면 나는 고미술품을 완벽히 꿰고 있어야 했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던 승마와 레이싱은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나는 그렇게 형의 복제본처럼 어영부영 스무 해가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그러다 그날 형이 한 여자를 데려왔다.
흰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겉보기에는 연약하고 불쌍해 보였지만 눈빛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야심과 욕망이 서려 있었다.
나는 형이 이런 여자에게 우리 형제의 비밀을 털어놓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형은 말했다. 그 여자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도 반드시 그녀를 사랑해야 했다. 나는 형의 그림자였고 형과 똑같은 선택과 행동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 여자는 어리석었다.
나와 형을 구분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구분할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그녀가 원한 건 예쁜 옷과 가방, 그리고 이진 그룹 후계자의 편애뿐이었다.
하필이면 영리한 내 형은 그런 어리석은 여자를 사랑해 버려 심지어 그녀를 위해 또 다른 한 여자를 해치기로 마음먹기까지 했다.
처음으로 임다희의 침대에 올랐을 때, 내 마음은 오직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형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손에 넣었다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몸은 부드러웠고 그녀에게서 나는 향은 나를 사로잡았으며 목소리마저도 귀에 감기듯 아름다웠다.
내가 거칠게 몰아붙일 때조차 그녀는 부드러운 손으로 내 등을 쓸어주며 혹시 너무 힘들지는 않은지 걱정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임다희는 나와 형을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내 품에 안긴 채 내가 낮과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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