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진시후! 진시후 이 빌어먹을 놈, 어디로 간 거야? 당장 이리 와서 내 등 좀 밀어줘!”
욕조 안에서 유채윤이 큰 목청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의 말투에서 경멸이 가득 느껴졌다.
유채윤의 옆에 누워있는 것은 그녀의 친구 양나민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욕조에 몸을 담근 채 희고 긴 다리들을 움직이면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친구 사이였는데 둘 다 단주시 양대 미인으로 유명했고 또 이제 막 단주시 올해의 10대 여성 기업가로 선정되었다.
양나민은 유채윤의 말을 듣고 황급히 그녀를 툭 쳤다.
“유채윤, 미쳤어? 내가 여기 있는데 네 남편이 등을 밀게 하려고? 그러면 난 어떡해?”
유채윤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남편은 무슨, 그냥 멍청이지. 걔는 내 눈에 그냥 말 잘 듣는 개일 뿐이야. 개가 쳐다보는 것뿐인데 뭔 상관이야? 그냥 신경 쓰지 마.”
이때 욕실 문이 열렸다.
초라한 차림의 진시후가 비위를 맞추려는 듯 웃는 얼굴로 손에 걸레를 들고 들어왔다.
조금 전 그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기에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고 욕실 타일을 밟을 때마다 발자국이 남았다.
유채윤은 진시후의 지저분한 꼴을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옆에 놓여있던 채찍을 들어 진시후를 때렸다.
짝! 짝짝짝!
유채윤은 채찍을 네 번 휘둘렀고 이내 진시후의 얼굴과 등에서 피가 흘렀다.
원래도 너덜너덜하던 옷이 이젠 넝마가 되어버렸다.
“멍청하긴. 신발을 벗고 욕실에 들어와야 할 거 아니야? 3년 동안 먹여주고 재워줬는데 그것 하나 제대로 못 배워?”
짝짝짝!
유채윤이 채찍을 세 번 더 휘두르자 진시후의 바보 같으면서도 준수한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
유채윤은 채찍질을 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녀는 욕조 옆 에어매트 위에 누운 뒤 말했다.
“이리 와서 등 좀 밀어줘. 그리고 마사지도 해줘.”
진시후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유채윤의 등 뒤로 걸어가서 조심스럽게 그녀를 위해 마사지했다.
진시후의 눈빛은 멍했다. 눈앞에 옷을 입지 않은 엄청난 미녀 두 명이 있는데도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파문이 일지 않았다.
양나민은 웃으며 말했다.
“채윤아, 너 남편이 아니라 노예를 구한 거야?”
유채윤은 진시후의 손길을 즐기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3년 전 내가 진시후와 결혼한 이유는 진씨 가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였어. 사실 우리 할아버지는 이 바보를 이용한 뒤에 사막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거든?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사막에 보내기보다는 개처럼 부려 먹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은 거야. 헤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채찍으로 몇 대 때리거나 내 발을 핥게 해.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
양나민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면서 중얼댔다.
“난 네가 정말 부러워. 지금은 네 재산이 엄청 많아졌을 거잖아. 게다가 화풀이할 상대도 있고... 난 지금 골치 아파 죽겠어. 할아버지께서는 많이 아프시지, 회사 상황도 좋지 않지, 화풀이하고 싶어도 그럴 만한 상대가 없어.”
유채윤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진시후 며칠만 빌려줄까? 마음껏 괴롭혀도 돼. 죽어도 상관없어.”
“진짜?”
양나민의 눈동자에 사악함이 드리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나민은 채찍을 챙긴 뒤 진시후를 데리고 스타돔으로 돌아와 자신의 별장으로 들어갔다.
양나민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 채로 진시후에게 명령했다.
“무릎 꿇고 내 다리 좀 마사지해 줘.”
진시후는 얌전히 양나민의 말에 따라 두 손으로 양나민의 다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양나민은 싱긋 웃었다.
“잘하네. 채윤이가 잘 교육했나 봐. 한때 진씨 가문은 단주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었고 진시후 너도 단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남자였는데 이렇게 노예로 전락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진시후는 여전히 바보처럼 웃으면서 양나민의 다리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양나민은 그의 손길에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진시후는 양나민이 만족하지 못한 줄 알고 겁이 나서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윽!”
양나민은 뻐근함을 느낌과 동시에 뱃속이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곧이어 양나민은 화가 난 얼굴로 다리를 들어 진시후의 배를 걷어찼다.
“젠장, 이 빌어먹을 놈이 이런 덜 돼먹은 수법은 어디서 배운 거야?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어!”
진시후는 자의식이 없는 사람처럼 양나민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다.
양나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침실 안에서 흰색 알약을 가져왔다.
그녀는 진시후의 옆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이건 세상에서 심근병증 치료에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이야. 하지만 아직 개발에 성공한 건 아니야. 원숭이한테는 써봤고 효과도 좋았어. 이걸 미리 먹을 수 있다니 운 좋은 줄 알아.”
양나민은 알약 세 개를 진시후의 입안에 쑤셔 넣었고 진시후는 힘겹게 약을 삼켰다.
“웩.”
곧이어 진시후는 토를 했고 양나민의 치마와 가슴 쪽에 토사물이 튀었다.
“꺅! 더러운 놈. 지금 어디에 토하는 거야?”
양나민은 헛구역질하다가 진시후를 향해 채찍질을 했고, 열 번 넘게 채찍을 휘두른 뒤에야 비로소 멈췄다.
양나민은 자신의 가슴쪽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와 끈적거리는 타액 때문에 황급히 욕실 쪽으로 달려가 샤워기 아래서 몇 번이고 바디워시로 몸을 씻었다.
그러나 아무리 씻어내도 진시후의 토사물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한편, 진시후는 상처투성이인 채로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진시후는 그사이 몇 번 더 토했고 마지막 순간 엄지손가락만 한 옥구슬을 토해냈다.
그 순간, 진시후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떠 주위를 바라보았고, 이내 바보가 된 채로 살았던 5년 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5년 전 현혼 구슬을 삼킨 뒤 내 영혼은 다른 세계로 넘어갔고, 내 영혼이 5년간 다른 세계에 있는 동안 내 몸은 자아를 잃은 채 이 지구에 남아있었어. 3년 전 우리 부모님과 회사 임원들은 화재로 목숨을 잃었고 그 뒤로 우리 진씨 가문의 재산은 전부 남들이 나눠 가지게 되었지.”
“유채윤은 우리 진씨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3년 전 나와 결혼해서 며느리라는 신분을 이용해 진씨 가문의 재산 중 반을 빼앗아 갔고, 걸핏하면 나를 때리고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은 날 자신의 친구에게 화풀이 상대로 빌려주었어.”
“유채윤의 친구 양나민도 아주 지독한 인간이네. 나한테 억지로 독을 먹인 걸 보면 말이야. 그래도 다행히 양나민이 독을 먹여서 현혼 구슬을 토해낼 수 있었어. 그 덕분에 내 영혼이 수진계의 천현 대륙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지.”
진시후는 고개를 숙여 앞에 놓인 옥구슬을 집어 들었다.
그 옥구슬의 이름은 현혼 구슬이었다.
진시후는 5년 전 운 좋게 그 구슬을 얻었는데 실수로 그것을 삼켰다가 영혼이 수진계로 넘어가 그곳에서 수행했다.
그리고 조금 전 옥구슬을 토해내자 진시후는 다시금 지구로 돌아오게 되었다.
“휴, 드디어 돌아왔네. 하지만 유채윤에게 3년 동안 시달려서 지금 온몸이 상처투성이야. 망할!”
“현혼 구슬에는 물건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서 수진계에 있을 때 세수단과 파기단을 현혼 구슬에 저장해뒀었는데 지구에서도 꺼낼 수 있는지 모르겠네.”
진시후는 현혼 구슬을 쥐고 눈을 감은 뒤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내 단약 두 알이 진시후의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세수단과 파기단을 꺼낼 수 있네. 정말 잘 됐어. 이 두 단약이 있다면 이 지구에서 초인이 되는 건 식은 죽 먹기지!”
진시후는 망설임 없이 단약을 먹은 뒤 책상다리를 하고 약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5분 뒤, 세수단이 체내에 흡수되며 온몸의 모공에서 노폐물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10분 뒤, 단전이 갑자기 아프더니 이내 엄청난 기운이 단전과 십이경맥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후, 이제 연기 단계가 됐어.”
진시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에 진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욕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욕실 안에서 양나민은 자신의 가슴을 벅벅 문지르고 있었다.
진시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자 양나민은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화가 난 목소리로 진시후를 욕했다.
“이 개 같은 놈! 누가 너더러 들어오래? 당장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