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진시후는 피학 성향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런 기억 따윈 넘겨 버린 지 오래였다.
엄태환의 물음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조심스레 기억을 더듬었다.
그 순간, 가슴 한편이 강하게 조여 들었다.
결혼 2년째 되던 해에 아버지의 얼굴이 선명히 떠오른 적이 있었다.
“시후야, 걱정 말거라.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널 고쳐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집안을 노리고 있는 자들이 있다! 만약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라. 본가는 우리 진씨 가문의 피를 이은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 말을 남긴 후, 진유석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 허리를 곧게 펴며 떠났다. 그것이 진시후가 가진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었다.
“본가...”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그 뒤의 기억을 단호히 끊어냈다.
“아저씨, 회사 일은 부탁드릴게요. 이건 1억 원이 들어 있는 계좌예요. 사업 자금으로 쓰세요. 물론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 알아요. 나머진 제가 어떻게든 마련하겠습니다.”
진시후는 카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진 대표, 자금 걱정은 안 해도 돼. 회사 장부는 내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 회수 가능한 자산만 돌려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을 거야.”
안나연의 말에 엄태환도 덩달아 웃었다.
“그래, 돈 문제는 나도 도울 테니 걱정 마라.”
그러나 진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 아줌마. 두 분은 이미 너무 많은 걸 해주셨어요. 이제부터는 제 몫입니다. 우선 두 분은 준비만 해두세요. 회사는 제가 되찾아올 겁니다.”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
유채윤, 그 악독한 여자가 온갖 수단으로 진씨 가문의 재산을 빼앗아갔다. 이제는 그 모든 걸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받을 때였다.
“아, 맞다. 이건 회사의 자산 명세서야.”
안나연이 옆에서 서류 한 묶음과 함께 진유석이 미리 남겨둔 유언장을 내밀었다.
진시후는 문서를 받아들고 유언장에 적힌 날짜를 보는 순간 눈가가 붉어졌다. 아버지는 이미 그때 모든 걸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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