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은성 그룹의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이자, 이시현은 결국 섬을 떠나 직접 처리하러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프라이빗 섬, 황혼.
이시현이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 서고은은 통유리 창 앞에 서서 수평선 너머로 마지막 햇빛이 삼켜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정부가 조심스레 들어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내려놓았다.
“사모님, 조금이라도 드셔야 합니다.”
서고은은 손도 대지 않은 채 물었다.
“그 사람, 언제 돌아와요?”
“이 대표님께서 회사 일만 마무리되면...”
쾅.
유리컵이 벽에 부딪히며 산산이 깨졌고, 우유가 바닥에 쏟아져 흘러내렸다.
“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서고은이 냉소했다.
“나가요.”
가정부는 겁에 질려 서둘러 물러났다.
서고은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을 집어 들었다.
같은 시각, 부산의 은성 그룹 본사.
회의실 한가운데 이시현은 임원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쓰다듬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어젯밤 전달받은 감시 화면 하나가 떠 있었다.
해변에 서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서고은의 뒷모습은 금방이라도 바닷바람에 흩어질 것처럼 가늘고 외로워 보였다.
“이 대표님? 이 인수 합병 건은...”
“연기하세요.”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 준비해. 공항으로 갈 거야.”
비서가 당황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아직...”
“지금 당장.”
이시현의 전용기가 착륙하자마자 그는 빠르게 탑승했다. 불과 사흘이지만 그는 미칠 듯이 서고은이 그리웠다.
“이 대표님, 선물은 전부 준비됐습니다.”
비서가 뒤따르며 정교한 선물 상자들을 들고 말했다.
“요청하신 블루 다이아 목걸이랑 사모님이 좋아하시던...”
이시현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서고은은?”
“안방 침실에 계십니다.”
가정부가 지나치게 말을 머뭇거렸다.
불길한 예감이 그의 가슴을 세게 쳤다.
이시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하며 그는 전속력으로 빌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안방.
문이 거칠게 걷어차이며 열렸고 서고은은 침대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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