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0화

오수미는 들뜬 얼굴로 약혼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청첩장 디자인, 호텔 메뉴, 예복 브랜드까지 하나하나를 들고 와 강재민의 의견을 물었다. “재민아, 이 샴페인 골드 청첩장 어때? 고급스럽지? 이서는 다 좋다더라. 넌 결정만 하면 돼.” 강재민은 태블릿 화면에 떠 있는 화려한 시안을 바라보다가 문득 겉은 번듯해 보였지만 속은 텅 빈 가짜 혼인신고서가 떠올랐다. 그는 태블릿을 살짝 밀어 놓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엄마, 요즘 회사에서 인수합병 건이 있어서 바빠요. 이런 건 엄마랑 이서가 정하세요.” 오수미는 투덜거리다가 이내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그놈의 일! 넌 뭐 매일 일이니? 아니, 그래도 바쁜 게 좋아. 회사가 하루라도 빨리 네 손에 들어와야지.” 그러고는 못을 박듯 이런 말을 덧붙였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난 처음부터 신지은은 짐이라고 생각했어. 거문고 좀 치는 거 말고 뭐가 있어? 게다가 청각장애까지... 다행히 네가 진짜로 혼인신고 안 해서 망정이지.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골치 아팠겠니.” 혼인신고 안 했다는 말, 그 말은 신지은도 들었다. 늘 신지은이 못 듣는다고 믿었던 그 통화에서. 그때 강재민은 또 보청기만 끼워 주면 정리하겠다고, 법적으로 아무 관계도 아니니 헤어지는 것도 간단하다는 말도 했었다. 그 말을 내뱉을 때 그의 마음속에는 해방감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때의 말들, 그리고 지금 어머니가 자랑스럽게 내뱉는 말들이 함께 엮여 잔뜩 날이 선 바늘처럼 그의 가슴을 찔렀다. 가족 식사 자리, 분위기는 시끌벅적했다. 안이서는 늘 그렇듯 강재민의 옆에 앉아 웃으며 반찬을 챙겨줬다. 부모님은 약혼식 이야기로 들떠 있었고 벌써 손주 얘기까지 꺼냈다. 강재민은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그저 앞에 있는 음식을 씹었다. 그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반년 동안, 나는 지은이에게 단 한 순간이라도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을까?’ 처음엔 그저 속죄였고 책임이었으며 안이서의 죄를 덮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