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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신지은은 마지막 현의 음을 맞춘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 혹은 이미 잊어버린 과거를 바라보는 듯 잔잔했다. “사과는 받을게. 다른 할 말... 더 있어?” 강재민에게 있어 신지은의 이런 평온함은 어떤 원망이나 비난보다도 더 날카로웠다. 그래서 준비해 두었던 수많은 말들이 목에 걸린 채 결국 힘겹게 이런 한 마디만 내뱉었다. “잘 지내?” 돌아온 신지은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응. 너무 잘 지내.” 강재민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 무대 위에 있는 너를 봤고 아이들이랑 있는 모습도 봤어. 전이랑은 완전히 달라졌더라. 그런 널...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건 그런 내가 애초에 네가 써 놓은 대본 안에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네 이야기 속의 나는 구원받아야 했고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었잖아. 그리고 네 ‘희생’에 기대서만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 신지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야. 그건 네가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상상 속 역할일 뿐이지.” 강재민은 그 말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목이 꽉 멘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신지은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걸 이해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리고 네가 만들어낸 연약하고 불쌍한 내 자신을 내 마음에서 떼어내는 데도 오래 걸렸지. 지금의 나는 원래의 내가 아니라 모든 걸 겪고 나서 새로 자라난 나야.” 이내 그녀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이런 말을 내뱉었다. “이제 더는 따라오지 않아도 되고 꽃을 보내지 않아도 돼. 그리고 나한테 미안해하지도 마. 네 참회는 네 몫이지 나랑은 상관없잖아. 우리는 이미 다 끝난 사이야.” 신지은이 떠난 뒤에도 강재민은 마치 그제야 의미를 이해한 사람처럼 그 말을 되뇌었다. 그는 아무 미련 없이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대한 공포와 동시에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끝까지 놓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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