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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장

오래동안 품어 온 짝사랑 상대가 언급되자 허윤진이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어......인정해요......고연화 씨가 명진 선배랑 가까워질수 있는 기회 마련해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요! 그래도 그게 주요원인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난 더이상 고연화 씨 싫어하지 않는 다는거라고요! 난 한번 찜한 사람은 쉽게 마음 바꾸지 않으니까 우리 오빠 몰래 여우짓은 하지 마요!” 고연화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침대에 느긋하게 누웠다. “걱정 마! 설사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해도 내가 먼저 너희 오빠 차버리고 딴 남자 찾아갈 거니까!” 허윤진은 여전히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것도 안 돼요! 오빠 차면 안 된다고!” 피곤해진 고연화가 나른하게 말했다. “됐어 됐어, 할 일 없으면 뜨거운 물이나 받아 와. 발이 너무 저려서 그러니까 이따가 좀 담그고 있게.” 허윤진이 영 못마땅한 듯 허리에 손을 척 얹었다. 고연화가 지금 나더러 족욕할 물을 받아오라는 건가? 그래 뭐, 임신중이라는거 봐서 내가 시중 좀 들어준다! 허윤진이 보온병을 들고 나가려는 찰나, 문 밖에 웬 남자가 노크를 하기 위해 손을 허공에 들어 올리고 있는게 보였다...... “강찬양? 넌 또 여긴 왜 왔냐?” 강씨 가문 사람을 마주치자 순식간에 허윤진이 경계 태세를 취하며 딱딱하게 쏘아 붙였다. 강찬양이 허공에서 멈춘 손을 뒤통수에 가져가 머쓱하게 긁으며 말했다. “고연화 씨는......좀 어때요 누나?” 허윤진이 아니꼽다는 듯 턱을 치켜들었다. “너희 집안 사람들만 아니었어도 우리 새언니 멀쩡했어!” “저희 누나 대신 사과하러 온 거예요. 고연화 씨한테 직접 전하고 싶은데......” “우리 새언니 지금 쉬는 중이야! 너희 집안 사람들은 만나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고!” 앞서 가족들을 제외한 남들 앞에선 늘 제 멋대로 굴던 강찬양이 보기 드물게 머리를 잔뜩 숙였다. “그래도......” “들어 와.” 이때, 안에서 나른한 고연화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못마땅한 듯 콧방귀를 뀐 허윤진은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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