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6장
고연화가 손을 휘휘 저었다.
“됐어요, 아무튼 내일 아침 여덟시에 출발할 거니까 차 대기 시켜줘요. 아 참 그리고 할머니 걱정하시니까 이번 일은 말씀드리지 마세요!”
정 비서는 망설이는가 싶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모님!”
“가서 일 보세요 그럼!”
“네.”
정 비서가 자리를 뜬 뒤, 고연화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연신 문질러 댔다.
원래대로라면 내일 일정은 육호중에게 맡기려 했지만 육호중 그 자식은 해외 연수니 뭐니 하는 이유로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사소한 일로 서울에 있지도 않은 바쁜 혜영이를 보낼수도 없으니 결국 남은 사람은 하나.
정 비서 뿐이었다.
허씨 집안 사람을 데리고 가는 건 그들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뿐더러 근거도 명확했다. 필경 고연화는 아니지만 허태윤은 아이의 법적 보호자이니.
하선빈에게 발이 묶여 또 무슨 취급을 당할 지는 모르겠지만 괜찮길 바래야겠지.
고연화가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곧 엄마가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모성애가 점점 더 커지며 어린 아이가 당하고만 있는 꼴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
그렇게 한참 서재에 앉아 있던 고연화는 밖으로 나오다 마침 과외를 끝낸 서명진을 배웅해 주는 허윤진을 발견했다.
서명진의 곁에 서있는 허윤진은 방방 날뛰는 평소와는 정반대로 요조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연화를 본 서명진이 눈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연화 선배.”
고연화가 미소로 화답했다.
“응, 고생이 많네.”
“고생은요, 앉아서 문제 배워주는 건데요 뭐. 이런 데에서 과외할 수 있다는 게 더 영광이죠!”
“우리 집 시누이 잘 알아 못 듣는다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돼.”
그 말에 허윤진이 얼굴을 확 찡그렸다.
짝사랑 상대 앞이니까 오늘만 봐준다!
성격 좋고 인내심도 상당한 서명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진이 기초는 약해도 열심히 잘 배우고 있어요.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도 보이고요.”
방금 전까지 씩씩대며 고연화를 노려보던 허윤진은 서명진의 칭찬 한 마디에 이내 얼굴을 붉혔다.
몰래 싱글벙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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