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1장

그 느낌을 몸소 느껴보기도 바쁘게 그는 지금 실연을 동시에 경험하는 중이다. 주먹을 꽉 움켜쥔 강준영은 허태윤에게 달려가 펀치를 날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아내며 자리를 뜨려 마음 먹었다. 고개를 돌리자 마자 처음 보는 실연에 가득 찬 탁지훈의 얼굴이 보인다. 눈치 빠른 강준영은 진작에 뭔가를 알아차리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탁지훈의 눈 앞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만 봐, 그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 네거 아니니까!” 정신을 차린 탁지훈은 속내를 들켰다는 생각에 난감해 하면서도 우스갯소리를 했다. “준영아, 그렇게 단칼에 거절하는 게 어딨어! 연화 씨가 언젠가 태윤이한테 질리면? 나한테도 아직은 기회 있는 거 아닌가?” 그 말에 강준영이 흠칫 놀라며 한참이나 탁지훈을 빤히 쳐다봤다. “진심이야?” “그럼? 거짓말 같아? 내가 누구한테 이렇게 집착하는거 본 적 있어 너?” 강준영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어쨌든 자중해! 그래도 친구 사인데 쓸데없이 남 와이프 넘보지 말고!” 탁지훈이 전혀 개의치 않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쟤네들도 뒤에선 나 나쁜 놈으로 볼텐데, 신경 쓸 필요도 없지!” 기 막힌 대답에 강준영이 한심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만하면 네 체면 살려준 거 아니고? 네가 애초에 택이랑 경배 여자만 안 건드렸어도 그럴 일 없었어! 아직까지도 널 친구로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아량을 베푼 거라고! 당한 게 나였으면 진작에 넌 이 세상에 없었지!” “야 강준영!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분명 설명했지, 난 두 여자들 건드린 적도 없고 걔네들이 먼저 나한테 찾아와서 여택이랑 육경배가 진지하게 만나주지 않는다고 했던 거야! 난 그냥 위로의 말 몇 마디 건네줬을 뿐이라고! 너도 나 못 믿는 건 아니지?” 강준영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부라렸다. “하! 넌 위로의 말을 그런식으로 건네? 옷부터 벗게 하면서?” “그 여자들이 먼저 벗은거라면 믿어줄 거야? 게다가 난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가락 하나 안 댔다고! 믿어 줘 브라더!” 강준영이 목발을 겨드랑이에 끼고 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