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4장
하찮은 해커 연맹에 면목이 없어진 강찬양이 창피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다들 학생들이라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그런 대단한 능력 있었으면 진작에 했지! 누나, 제발 한 번만 도와줘요!”
윤혜영이 이마를 탁 짚었다.
어쩌다 이런 사고만 치는 철없는 고등학생 놈을 만났을까......
......
허태윤이 다시 집으로 들어왔을 때,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고 야간 당직을 서던 하인 몇 명만이 거실을 지키고 있었다.
하인이 자연스레 허태윤의 코트를 받아쥐며 근심스럽게 물었다.
“도련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뭐라도 준비해 드릴까요?”
허태윤은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손을 휘휘 젓더니 그대로 계단을 올라갔다.
방 문을 열자 마자 또 한번 코를 타고 들어오는 익숙한 향기에 마음이 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아직도 은은하게 방을 감싸고 있는 샴푸 냄새.
분명 오늘 아침 이 방 욕실에서 샤워도 하고 머리도 말렸을텐데.
그렇게 한가하게 준비한 걸 보면 아마 진작에 다 계획하고 있었겠지?
복잡한 심정을 가라앉히려 욕실로 들어가 찬물 샤워를 하려던 찰나, 갑자기 침대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침대 위에 누운 누군가가 자세를 고쳐 눕는 소리였고 자세히 들어보니 상대는 깊은 잠에 빠진 듯 새근새근 숨을 내뱉고 있었다.
걸음을 우뚝 멈춘 허태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림자를 주시했다.
잔뜩 웅크린 채 베개를 꼬옥 끌어안은데다 연화가 자주 입던 그 파자마까지!
애송이인가?
돌아온 건가?
조명을 켜는 것도 잊은 채 성큼성큼 침대 쪽으로 다가간 허태윤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연화야?”
상대는 부름을 들었는지 몸을 뒤척이며 잔뜩 쉰 소리로 말했다.
“응?”
남자는 단번에 상대를 품에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미쳤어 진짜! 사람 속 뒤집어 놓고 이제야 돌아온 거야?”
허태윤은 또다시 도망가는 게 무서웠는지 으스러질 듯 여자를 더욱 꽉 끌어 안았다.
방금 샤워를 했었던 거구나, 그래서 이렇게 향이 은은하게 남아있었던 거고......
그 향기다, 도통 주체할 수 없이 당장이라도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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